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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文香이 흐르는 문학관을 찾아서] 공주 풀꽃문학관

by 광주일보 202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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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황혼의 시인 늙지않는 詩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고작, 24글자밖에 안 되는 시가 국민의 애송시가 됐다. 조금만 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안다. 한 번 들어도 금방 귀에 익는다. 절로 암송이 된다.

나태주 시인. 올해 우리 나이로 71세. 시와 함께 살아온 인생이라 그런지 여전히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다. 길가에 그저 그런 풀이 시인에 의해 생명력 있는 꽃으로 피어올랐다. ‘풀꽃의 시인’은 하나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의 산문집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서울문화사·2019)에는 이 시의 창작 배경이 나온다.

“이 시는 내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할 때 아이들을 위해서 쓴 글이다. 아이들은 어떤 아이든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말을 잘 안 듣거나 말썽을 부려 미운 구석이 있는가 하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 실은 이 시는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가 아니라 그 반대인 아이들을 위해서 쓴 시다.”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패러디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됐다. 책에 따르면 ‘등산로, 걸개 그림, 신문 칼럼, 심지어 술자리의 짧은 건배사’로까지도 쓰인다. 무한한 시의 생명력은 이렇듯 일상에서 새롭게 해석된다.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기억되는 시는 나름의 운명을 지니고 있나 보다. 나 시인은 ‘풀꽃’이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것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라고 했다. 그는 “이 시가 완전히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12년 광화문 글판에 올라가면서부터다. 어떤 사람은 ‘가족 몰래 8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글판을 보고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고 나중에 소감을 말해주기도 했다”고 산문집에서 밝혔다.

당초 이 시는 시인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선 학교에서 근무할 때 썼다.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그들만의 특성을 모티브로 작품을 창작한 것이다. 즉 ‘양면성’이 글의 화제가 된 것이다.

 

공주에 있는 풀꽃문학관은 나태주 시인의 문학과 정신이 응결된 공간으로 이곳에는 아름다운 시화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풀꽃문학관이 자리한 공주는 근대사에서 민중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1894년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군이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에 크게 패하면서 동학혁명의 불꽃이 잦아들었던 비분의 현장이다. 한편으로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충청도 감영이 공주에 있었고 1932년까지 충남도청의 소재지였으니 공주의 역사는 단지 한 지역의 역사만이 아닌 우리나라 역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댓돌 위에 놓인 이색적인 꽃신.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4년에 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을 내디딘 후 43년 넘게 교직에 종사했다. 본격적인 창작활동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이 계기가 됐으며 이후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등의 시집과 ‘추억이 말하게 하라’,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쓸쓸한 서정시인’,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그런데 왜 서천에 문학관이 없고 공주에 있는 것일까. 오랫동안 공주에서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심이 담긴 주옥 같은 시를 많이 써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2014년 10월 개관했다. 공주시에서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역사문화보존사업 차원에서 1930년대 건립된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 문학관으로 꾸몄다. 나 시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문인들과 문학지망생들의 창작과 문학을 매개로한 사랑방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관 안에는 ‘시화방’이 눈길을 끈다. 곳곳에 놓인 아름다운 시화 작품에 눈길이 간다. 시인이 직접 짓고 그렸다는 시화 병풍에서부터 지인들의 시화 작품 그리고 지역 문인들의 정갈한 작품이 놓여 있다. 내부의 분위기만 보고도 이곳이 풀꽃 관련 문화공간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만 열리는/ 또 하나의 표정.”(이천십사년 뒷모습의 일부를 적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부드러운 화살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정갈하면서도 간결한 말이 주는 깊은 울림이다. 강의실 한켠을 차지한 작은 풍금은 시인이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다.

이곳에선 문학 강의는 물론 문학 지망생들과 관람객들의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을이면 풀꽃문학제가 열리고, 풀꽃시낭송회도 열린다. 또한 개관한 첫해부터 풀꽃문학상을 공모해 매년 시상식도 개최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文香이 흐르는 문학관을 찾아서] 이병주 문학관

“어떤 주의를 가지는 것도 좋고,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주의 그 사상이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라야 한다.”(이병주, ‘삐에로와 국화’에서)코로나로 사방이 막혔다. 그럼에도 봄은 고운님처럼 우리들 곁에 와 있다. 조심조심 봄을 맞으러 남향을 한다. 가느다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남으로 내달렸다. 첩첩이 이어진 산줄기와 올망졸망한 산세는 정겨운 남도의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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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香이 흐르는 문학관을 찾아서] 통영 청마문학관

 깃 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는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시퍼런 바다는 청옥빛이다. 눈이 부시다. 그에 반해 하늘은 청색보다는 덜 파란 연옥빛이다. 하늘과 바다가 이렇게 서늘한 빛깔이라니. 저 바다는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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