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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AI시대 사랑과 이별은 어떻게 변할까?

by 광주일보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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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 대표 문정영 시인
시집 ‘두 번째 농담’ 펴내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세련된 감성으로 형상화

문정영시인
 

“4차 5차 산업혁명에 우리는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그때에 사랑, 이별, 고통은 어떻게 변할까? 다음 여행은 지구의 기후와 환경에 대한 것들이다.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간 ‘시산맥’ 대표인 문정영시인은 AI시대에도 시의 진정성을 믿는다. 비록 그의 시적 화법은 농담처럼 가벼운 느낌이지만, 이면에 드리워진 의미는 묵직하면서도 깊다.

시산맥시혼시인선 기획으로 발간된 문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두 번째 농담’(시산맥)은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 독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서신이다. 지난 2018년 ‘꽃들의 이별법’ 이후 3년 만에 펴낸 창작집은 언택트 시대인 오늘의 양상을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운 촉수로 감지한다.

시집 제목에 얼핏 가벼원 보이는 시어인 ‘농담’을 내걸었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주조는 쓸쓸하면서도 아련하다. 김은우 시인이 “어떤 농담은 울음 대신 꺼낸 두 번째 고백이야”라고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와의 불화로 다양한 이별의 고통에 직면한 화자의 삶일지언정, 아니 우리들의 고통스러운 삶일지언정 “성찰과 깊은 사유, 다양한 시적 대상을 통해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낯선 시선으로 사물을 응시하는” 그의 감성은 잔잔한 위로와 여운을 준다.

시집 ‘두 번째 농담’


“고백은 느린 랩 같았어/ 두 번째 농담이 있기까지/ 낯선 너의 웃음을 견디지 못하는 포노 사피엔스/ 순간 뜨거운 공기 속으로 슬픔이 길어 올려졌고/ 상승과 몰락이 씻은 무처럼 하?어/ 이제 말꼬리를 올려야지, 농담이 아닌 듯이/ 언제쯤 입술 주변의 공기가 말랑해질까/ 다른 표정 보이기 위해 얼굴을 감추었다 생각했는데/ 한 번의 농담은 농담이 아니었어…”

표제작 ‘두 번째 농담’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그럼에도 감성과 서정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강대선 시인의 말대로 “새로운 서정의 새벽을 부루는 울음이자 한밤 추위를 견디게 하는 온기”다.

표제작 외에 ‘넷플릭스’, ‘포스트 코로나’, ‘딥페이크 연애’, ‘안드로이드 사랑’, ‘3D 프린트’, ‘그리고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안드로이드 사랑’과 같은 작품도 눈에 띈다. 디지털 유목으로 대변되는 시대의 증후를 날카롭게 포착하면서도 꿈, 사랑, 이별, 생명 등 가장 본질적인 주제를 세련된 감성으로 그려낸다. 
이재연 시인은 “꽁꽁 숨겨져 있는,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진짜 얼굴을 찾기 위해 이 시집 속의 감성과 언어들을 찬찬히 따라갈 볼 일”이라고 평한다. 

아울러 이혜미 시인은 “그가 노래하는 자연과 세계의 풍경을 듣다 보면 종종거리던 마음이 어느덧 고요하고 가지런해진다”고 부연한다.

이번 작품집은 시집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설 대신 시산맥 회원들의 추천글을 다수 게재해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 김필영·이송희·최연수 시인을 비롯해 서영택·안차애·김륭·마경덕·오늘·김미희·신지혜·한혜영·정국희·강주·이령 시인 등의 추천 글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장흥 출신인 문정영 시인은 지난 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아울러 광주일보와 함께 운영하는 동주문학상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잉크’, ‘그만큼’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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