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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학동 붕괴사고로 드러난 건설업계 ‘고질적 하도급’ 병폐

by 광주일보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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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과 철거계약 현대산업개발, 한솔기업→백솔건설로 불법 재하도급
석면철거 다원이앤씨, 무자격 백솔건설에 불법 면허 대여해 공사 맡겨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붕괴참사가 일어나기 전 인근의 다른 건물해체 공사모습, 최고층부터 차례대로 철거해 내려가는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업 발주처인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조차도 모르는 건설업체가 공사를 맡았다며 현장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무면허·무자격 업체가 버젓한 회사인 듯 계약자로 행세하는 등 온갖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곳곳에서=13일 광주경찰청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등에 따르면 재개발조합은 구역 내 철거사업을 ▲일반건축물 철거 ▲사업구역 내 석면철거 ▲지장물(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 철거 등 3개 분야로 나눠 각각 업체를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일반건축물 철거 분야의 경우 조합측은 현대산업개발과 구역 내 610개동의 건축물 철거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시행사로 나서 ㈜한솔기업을 시공사로 하는 계약을 체결, 철거업무를 모두 넘겼다. 여기까지는 일반적 계약 형태다.

한솔기업은 서울 소재 기업으로,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면허(2008년), 석면해체 제거업자 면허(2012년)를 취득한 철거 업체다. 장비 운송 및 철거 물품 처리 등 운송비를 고려하면 외지 업체가 광주에서 직접 작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솔기업이 백솔건설에게 하도급을 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하청업체의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종합건설업자가 전문공사를 위해 해당 전문건설업자에게 재하도급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은 예외로 하고 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이사 등은 사고 이후 줄곧 “(하도급업체인)한솔기업과 계약 외 재하도급은 주지 않았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한솔기업과 백솔건설 간 하도급 계약은 불법이라는 얘기다. 경찰도 불법 하도급 사실을 확인했다.

사업구역 내 석면철거공사도 ‘불법’ 정황이 포착됐다. 재개발조합측은 석면철거공사 업체로 다원이앤씨와 자형이앤씨를 선정, 계약을 했다. 다원이앤씨는 업계에서 ‘철거왕’으로도 불리는 이금렬씨가 운영하는 다원그룹 소속 계열사로, 다원이앤씨는 지난해 6월 계약을 체결하고 백솔건설에 석면 철거 공사도 맡겼다. 다원이앤씨가 백솔건설에 석면 철거 공사를 재하도급한 것도 ‘불법’이다.

백솔건설은 당시 석면해체 관련 면허도 없어 다른 회사(대인건설)가 보유한 면허를 빌려 ‘석면해체 제거업자 면허’를 취득한 시기(2020년 11월)보다 5개월 전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조합측이 한솔기업·대선·거산 등 3곳과 계약한 지장물 철거 분야도 경찰 수사 대상이다. 한솔이 외지 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반건축물 철거 과정에서의 불법 하도급이 그대로 답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 추정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고리 끊어내야=다단계 하청 구조는 원청으로부터 공사를 의뢰받은 하청 업체가 또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공사금액의 일부분만 챙기고 넘기는 방식으로 하도급 단계가 길어질수록 공사금액은 크게 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최종 하도급 업체는 낮은 수주가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남겨야 하는 탓에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노동계 지적이다. 이 때 ‘불법’인 재하도급 사실을 숨기려고 구두 계약만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현장에 만연해 있어 밝혀내기가 쉽지 않는 실정이다. 통상 5층짜리 건물을 철거할 경우 3.3㎡당 20만~25만원을 받을 수 있고 재하도급을 줄 경우 3.3㎡당 17~18만원선까지 떨어진다.

원청이 발주한 사업을 나눠먹기 위해 ‘회사 쪼개기’, ‘불법 저가 하도급’, 부실 시공 등이 이뤄지다 보니 면허 대여 등의 불법행위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준상 민주노총 광주·전남 건설지부 조직부장은 “도급 단계를 거칠수록 공사비용이 내려가고 건설사는 더 싸게 공사를 맡고, 이 과정에서도 이윤을 남기려 한다”면서 “학동 4구역은 이러한 건설업의 만연한 병폐가 결국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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