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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그림 속 별자리 신화-김선지] 그림 위에서 펼쳐지는 욕망과 에로티시즘의 파노라마

by 광주일보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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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대표 별자리인 처녀자리 주인은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다. 여인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별처녀’라 불리는 것은 그만큼 고결하다는 의미일 게다. 그리스 신들은 인간이 지닌 다양한 욕망을 지닌데 반해 그녀는 신다운 품위를 갖췄다. 한 손에는 칼을 쥐고, 다른 손에는 거울을 쥐고 눈을 가린 모습이다. 제우스와 법률의 여신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천칭으로 정의와 불의를 판단했다. 로마신화에선 유스티티아(Justitia)로 불렸는데, 정의를 의미하는 단어 ‘Justice’가 예에서 파생됐다.

 

지금까지 별자리 신화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별자리가 인간의 길융화복, 나아가 사후세계에까지 연결돼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천문학 시선으로 예술 작품을 조명한 책 ‘그림 속 별자리 신화’는 한마디로 ‘그림 위에서 펼쳐지는 욕망과 에로티시즘의 파노라마’다. 저자인 김선지는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로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신들의 영웅담, 모험담, 연애담 외에도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모티브로 한 원형을 담고 있다. 희로애락애욕정이 투영된 인간 본성의 거울이 바로 그리스 로마신화다.

저자는 황도 12궁과 계절별 별자리 4개를 더해 모두 16개 별자리를 토대로 신과 영웅들 이야기를 풀어낸다. 별자리와 관련된 신화와 이를 모티브로 한 그림, 조각 이야기가 이채롭게 펼쳐진다.

앞서 언급한 아스트라이아는 정의의 상징으로 주로 법원 앞에 세워져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태초에 신과 인간이 어울려 살았지만 차츰 다툼이 일자, 신들은 모두 하늘로 가버렸다. 그러나 아스트라이아만이 타락한 인간 세상에 머물며 정의를 설파한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살바토르 로사의 ‘아스트리아, 결백과 순수의 여신’은 인간이 불의에 실망해 떠나려는 아스트라이아의 손을 잡아끄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여름철 별자리 헤라클레스자리의 주인 헤라클레스는 힘센 남성의 아이콘이다. 육체적으로 뛰어났지만 지혜와 미덕가지 겸비했다. 헤라클레스와 관련된 우화는 이렇다. 청년 시절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두 여인이 나타난다. 한 명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하지만 선한 길을 가는 미덕을 제시하는 반면, 다른 한명은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악덕의 길을 제시한다. 헤라클레스는 힘들지만 옳은 미덕을 택한다.

16세기 파올로 베로네세의 ‘미덕과 악의 알레고리’는 선택에 대한 상징을 묘사했다. 흰색 비단옷을 입은 이가 헤라클레스다. 그는 월계관을 쓴 미덕의 여인에게 몸을 돌려 안는 포즈를 취한다. 반대편 빨강과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한손에 나태와 유흥의 카드를 쥐고 있다. 바로 뒤 스핑크스 앞에는 칼이 세워져 있어 쾌락의 끝을 암시한다.

사랑에 배신당한 마녀 메데이아 이야기는 아르고자리 별자리와 관련이 있다. 오랜 옛날 그리스왕국의 무능한 왕이 이복동생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왕은 자신의 아들 이아손을 현인에게 보내 무술을 연마하게 한다. 청년으로 성장한 이아손은 궁에 들어가 왕위를 주장하자, 이에 왕은 황금양털을 가져오면 왕위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이아손은 아르고 호를 타고 먼길을 떠나고, 콜키스의 왕의 딸인 메데이아 도움으로 황금양털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얼마 후 메데이아는 배신을 당한다. 이아손이 자식까지 낳은 메데이아를 버리고 아른 여인과 결혼한 것이다. 그녀는 자기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이아손에게 끔찍한 복수를 감행한다.

프레더릭 샌디스의 ‘메데이아’는 그렇게 분노와 슬픔, 질투와 광기가 복잡하게 투영돼 있다. 사랑이 아닌 집착, 자기애가 낳은 파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책은 이렇듯 ‘별자리 신화’와 ‘그림’이 핵심 키워드다. 저자는 말한다. “신화를 터무니없이 꾸며낸 옛이야기로만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영롱한 뜻과 의미를 감지해난다면 힘겹고 복잡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와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아날로그·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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