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이 호투 비결, 부모님 앞에서 승리 기뻐”
한화 상대 2피안타 1볼넷 완벽투 10개의 탈삼진도
“실감이 안 나서 얼떨덜하다”던 이의리가 “앞으로 계속 잘 던져서 돈 많이 벌어드리겠다”고 ‘효심’ 가득한 소감을 밝혔다.
KIA 타이거즈의 ‘좌완 루키’ 이의리가 28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하며 4-0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부모님이 지켜보는 경기장에서 4번째 등판 만에 승리투수가 된 이의리는 10개의 탈삼진도 뽑아내면서 역사적인 데뷔 첫승날을 만들었다.
시작부터 ‘K’였다.
이의리는 1회 첫타자 정은원을 상대로 3개의 볼을 연달아 던진 뒤 스트라이크존에 3개의 공을 집어넣으면서 스탠딩 삼진을 만들었다.
장운호는 1루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하주석을 내보냈지만, 노시환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면서 1회를 끝냈다.
2회는 모두 헛스윙 삼진. 1회초 4번 노시환의 타석에서 시작된 탈삼진쇼는 3회 9번 박정현 타석까지 이어졌다. 6타자 연속 삼진 뒤 2사에서 정은원에게 좌측 2루타는 허용했지만, 다시 장운호의 방망이를 춤추게 하면서 3회를 마무리했다.
이의리는 4회 1사에서 노시환에게 두 번째 안타를 내줬지만 힐리를 상대로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5회는 탈삼진 포함 삼자범퇴. 6회는 수비 도움도 받았다.
박정현의 강습타구가 3루로 날아갔다. 류지혁이 공을 받아 1루에 송구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이어 정은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10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의리는 장운호의 3루 땅볼로 6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운 뒤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의리는 85개의 공으로 6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85개의 공 중 59개를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은 이의리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9㎞. 직구 44개의 평균 구속은 144㎞였다. 커브(2개·123㎞), 슬라이더(6개·131㎞), 체인지업(33개·135㎞)도 구사했다.
하주석에게만 탈삼진을 뽑아내지 못하면서 선발 전원 탈삼진 기록은 만들지 못했다.
대신 이의리에 이어 등판한 박진태가 하주석을 첫 상대로 만나 헛스윙 삼진을 잡으면서, 선발로 나온 한화 타자 모두에게 삼진 기록을 안겨줬다.
기다렸던 승리를 기록한 이의리는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잘 던졌을 때 승리투수가 돼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의리의 호투 비결은 ‘체인지업’이었다. 밸런스가 좋지 않았지만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으면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
이의리는 “체인지업이 큰 비결이었던 것 같다. 감이 점점 좋아지면서 스트라이크도 던질 수 있게 되고 볼도 컨트롤도 됐다”며 “밸런스가 안 좋아서 직구가 날렸는데 김민식 선배가 계속 체인지업으로 가주셔서 좋은 결과 나온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감이 떨어졌던 1회가 가장 어려웠던 순간. 하지만 1회를 넘긴 뒤 이의리는 큰 위기 없이 이닝을 풀어갔다. 탈삼진은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의리는 “처음에는 가운데만 보고 던져서 삼진 나왔는데 삼진 생각 안 하려고 했다. 그런 생각하다 보면 볼갯수가 많아지니까 빨리 빨리 카운트 가려고 한 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 최초의 선발 전원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은 놓쳤지만 “다음에 잡아 보겠다”며 묵묵히 각오를 밝혔다.
광주일고 시절을 함께 한 2년 선배 유장혁과의 대결도 흥미로웠다. 이의리는 유장혁과 두 번의 승부에서 모두 삼진을 기록했다.
이의리는 “두 번째 승부 때는 볼갯수가 많아져서 신경 쓰였는데 체인지업으로 잘 잡아서 괜찮았다”고 웃었다.
양현종의 후계자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이제 4경기 던졌고, 현종 선배님은 13년을 해왔으니까 그런 소리 듣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언급한 뒤 “계속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내보겠다.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KIA는 이번에도 집중력 부재의 1회를 보냈지만, 상대의 실수 등을 더해 5안타로 4점을 만들며 승리를 거뒀다.
KIA는 1회 최원준과 김선빈의 연속안타로 문을 연 뒤 2개의 땅볼을 더해 겨우 선취점을 만들었다.
2회 1사에서 볼넷과 1루수 포구 실책으로 만든 1·3루에서는 아쉬운 주루가 나왔다. 박찬호의 타구가 1루수 힐리 글러브 맞고 튀었지만, 직선타로 착각한 이우성이 귀루를 하다 태그 아웃됐고, 박찬호까지 동시에 아웃됐다.
1루보다 아쉬운 장면은 3루에서 나왔다. 3루에 있던 주자 류지혁이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홈에 들어오면서 득점을 인정받지 못했다.
3회 KIA가 상대의 실수로 어렵게 1점을 보탰다. 볼넷으로 출루한 선두타자 최원준이 도루로 2루까지 향한 뒤 1사 2루에서 나온 폭투로 3루까지 갔다. 그리고 터커의 2루 땅볼 때 득점에 성공했다.
4회는 김민식과 이진영이 각각 우익수와 좌익수 키넘는 2루타를 날리면서 세 번째 점수를 만들었다.
류지혁의 볼넷을 더해 만든 무사 1·2루, 이우성의 번트가 실패하면서 3루로 향하던 이진영이 아웃됐지만 유격수 송구실책이 나오면서 1사 1·3루가 됐다. 그리고 박찬호가 중견수 방향으로 멀리 공을 띄우면서 4-0을 만들었다.
이의리에 이어 박진태(2이닝), 김현준(1이닝)가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영봉승이 완성됐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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