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월호 참사 7주기]
팽목항서 1.6㎞ 떨어진 ‘기억의 숲’
오드리 헵번 아들 제안 2016년 조성
은행나무 300그루 중 55그루 잘려나가
부치지 못한 편지 새겨진‘기억의 벽’
조형물은 세월에 빛바래져
그립고 아련한 기억들 아스라이
7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간다며 집을 나섰던 아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함께 상처를 어루만지고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기억의 숲’이 진도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진도 백동 무궁화동산에 만들어졌다.
할리우드 배우 고(故) 오드리 헵번 아들 션 헵번 페러의 제안과 시민들의 뜻이 모이면서 3200㎡ 규모로 조성하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은행나무 300그루를 심었다.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고 생명력이 강해 지구 위에 가장 오래 살아남은 식물이기도 하다. 그 생명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더불어 살면서 18살에 못다핀 꽃처럼 떠나간 아이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억의 숲에 심어진 은행나무를 자신들의 아들, 딸인 듯 애지중지 키우며 영원히 기억되면서 살아남기를 바랐다.
그런 그리움의 무게가 너무 컸을까. 아이들을 떠나보낸 가족들의 슬픔이 너무 깊었을까.
기억의 숲에 심어졌던 생명럭 강한 은행나무들은 온전히 자라지 못하고 뽑히고 잘려나갔다. 2016년 4월 조성된 지 5년 만에 55그루가 잘렸다. 모든 생명들이 멸종한 빙하기와 같은 시기도 이겨낸 은행나무였지만 유독 힘을 내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기억의 숲을 조성, 관리 중인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좁은 부지에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300그루를 심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 강한 생명력으로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나무로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던 만큼 아쉬움을 표시하는 유가족들도 많다.
남아있는 은행나무 곳곳에서는 아이들 이름이 새겨진 동판과 사진, 노란 리본을 묶으면서 생긴 상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유가족들이 떠나간 아이들인 것처럼 한 그루 한 그루에 감정을 이입해 아끼고 돌본 게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준 것 같은 생각도 든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은행나무 숲 옆 ‘기억의 벽’도 아이들을 향한 가족들의 그리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기억의 벽은 아이들에게 미처 부치지 못한 가족들의 편지가 새겨진 조형물이다.
7년이 지나면서 세월에 빛이 바랬지만 유가족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참배객들에게는 희생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달라진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故) 안정현 군의 엄마 김정해씨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주는 시민들로 감사함을 느낀다”며 “7년 전 세상을 떠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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