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 앞두고 목포·진도 찾은 유족
참사 당일 지휘 3009함정 지원에
구조업무 소홀 트라우마 떠올려
분노한 유가족들 선상추모식 취소
목포신항·팽목항 둘러보며 회한
조형물에 새겨진 편지 읽다 눈물
“네가 올 수 없어 엄마가 왔는데….”, “많이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구나.”
세월호 참사가 난 지 7년이 되는 4월 16일을 앞둔 11일, 유가족들은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에 세워진 세월호를 둘러보며 인사도 없이 떠난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꾸욱 눌렀던 슬픔을 토해했다.
특히 이날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릴 선상추모식을 위해 지원된 목포해경 3009함정의 경우 세월호 참사 당일 지휘함으로 쓰이면서 긴급히 후송해야할 피해자 대신, 지휘부가 먼저 헬기로 이송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구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유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선박이었다. 해경은 지난해부터 유가족들의 선상 추모식을 위해 3015함을 제공해왔다.
이 때문에 공감 능력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7시부터 목포시 죽교동 목포해경전용부두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찾아왔다. 이들 26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해역을 찾아 선상 추모식을 진행키로 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바다와 마주하면서부터 숙연함과 슬픔이 감돌았다.
참사 해역으로 갈 배를 타기 위해 대기중인 함정으로 이동하던 유가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가족들은 목포해경전용부두에서 대기중인 배 앞머리에 3009라고 쓰여진 3000t급 경비정인 3009함정을 보면서 순간 어두워졌다.
3009함정은 참사 당일,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이 탑승해 세월호 구조에 관한 전반적인 현장 지휘를 했던 곳이다. 특히 참사 당일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발견된 단원고 2학년 8반 임경빈 군이 옮겨진 뒤 헬기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가 세차례나 있었음에도 해경 지휘부를 옮긴다며 헬기 대신, 경비정에 태워 보냈던 함정이기도 하다.
유가족들은 탄식했고 분노했다. “저 배를 타고 참사 해역에 가라는 것은 부모들에게 참사해역에 빠져 죽으라는 것과 같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긴급 회의를 소집한 뒤 선상추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09함은 참사 당일 지휘함으로 이용된데다 우리 아이들을 헬기로 이송하지도 못해 사망으로 이르게한 용서할 수 없는 함정”이라며 “이런 함정을 선상추모에 배정한 해경의 행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의혹의 시선도 거두지 않았다. 법원이 지난 2월 1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석균 전 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을 계기로 해경이 유가족들에게 보란 듯 3009함정을 배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해경 반응도 유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더했다. 서해지방해경청 관계자는 “(3009함이 세월호 구조 지휘함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을 위한 선상 추모 행사를 지원한다면서 6년 전 참사 당일 정부와 해경의 무능한 구조 능력으로 가족들을 분통터지게했던 배를 아무 생각없이 지원하는 게 현 정부의 인식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찌 선상추모식에 쓸 배로 3009함을 끌고 올 수 있는가’,‘정말 정 나미 완전 다 떨어지네, 이 정부’라고 썼다.
유가족들은 선상추모식을 취소한 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으로 발걸음을 옮겨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참사해역에 가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컸을까.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이 유독 많았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故) 박성호 군의 아버지는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듯 세월호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성호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빠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흐느꼈다.
유가족들은 이어 진도 팽목항으로 옮겨 팽목기억관, 백동무궁화동산을 둘러보며 떠나간 가족들의 기억을 더듬었다.
팽목기억관에는 생전 아이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학급사진과 전시품들이 전시된 공간이다. 백동무궁화동산에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새겨진 ‘기억의 벽’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故) 안정현 군의 엄마 김정해씨는 조형물에 새겨진 편지를 소리내 읽다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주현아. 멋진 모습과 웃음을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영원히 기억할게. 사랑하고. 더 사랑하고….”
김정해씨는 “주현이를 위해서라도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워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해지방해경청 관계자는 “목포해경이 보유한 3000t급 함정 가운데 하나인 3015함이 해상 경계중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3009함정을 배정했다”면서 “16일에는 선상 추모식을 위해 3015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목포·진도=글·사진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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