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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 4월의 책 류성룡의 ‘징비록’

by 광주일보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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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징계하여 훗날을 대비하다
조선 중기 문신 서애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당파싸움’ 반성의 기록
고명환과 28일 인터넷 북토크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면 잘못한 후에 그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마음을 써서 반성한다.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마음을 써서 반성하지 못하므로 잘못을 반복한다. 우리에게는 반성한 후에 남긴 기록물이 귀하다.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란을 겪었는지보다 환란에 대하여 어떤 마음을 가지는가가 더 중요하다. 치욕을 또 당하지 않으려면, 환란의 진실을 마주하려는 자신을 잘 살필 일이다. 환란 속에서도 사적 이익에 눈이 먼 벼슬아치들에 싸인 채, 국가 경영의 길을 잃고 정치 공학에만 빠져 있던 선조가 제일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우리에게는 그래도 류성룡과 이순신이 있었다. 지금은 누가 선조인가. 누가 류성룡이고 누가 이순신인가. 나는 누구인가

<최진석 류성룡 ‘징비록’을 선정하며>

서애 류성룡의 위패가 모셔진 안동 병산서원.

 

“적의 배가 바다를 덮으며 몰려왔다. 부산 첨사 정발은 그때 절영도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조공하러 오는 일본 배라고만 생각하고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진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적은 이미 성에 올랐고, 정발은 혼란중에 죽었다. 다음날 동래부가 함락되고, 송상현이 죽었다.”(선조실록)

1592년 조선 선조 25년 4월13일. 왜적의 배가 부산 앞바다로 몰려들며 시작된 전쟁은 7년이나 계속됐고, 이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꼽힌다. 바로 임진왜란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누가’ 기록하느냐하는 점일 것이다. 스승 이황이 “이 사람은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감탄했던 서애(西涯) 류성룡(1542~1607)은 임란 전부터 고위 관직에 있었고, 전쟁중에는 좌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하고 있었으며 다시 도체찰사에 임명돼 군사와 국방 외교에서 막중한 임무를 맡아 전쟁 수행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임금의 피난, 명나라 구원병 교섭, 평양과 서울 탈환, 권율과 이순신의 발탁, 군사력을 강화 하는 일 등에서 큰 공을 세워 전쟁 중에 다시 영의정에 오르지만, 정유재란 이후 반대파의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쫓겨난다. 그 뒤에는 오로지 글쓰기에만 몰두했다.

‘나는 지난 일을 경계하여 앞으로 후환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의미로 이 책을 썼다’고 류성룡이 밝힌 ‘징비록(懲毖錄)’은 제목 그대로 과거의 경험을 징계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는 회고록이자 보고서다.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광주일보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4월의 책으로 류성룡의 ‘징비록’이 선정됐다.

책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듯 ‘징비록’은 “국가의 중책을 맡아 위태로운 판국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넘어가는 형세를 붙잡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의 기록이자, “못난 신하로서 나라를 위해 아무 공도 이루지 못한 나의 죄를 드러내려한다”는 ‘반성의 기록’이다.

류성룡은 이 책을 통해 참혹했던 전쟁의 경위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과 일본, 명나라 사이의 외교전, 전란으로 인한 백성의 피폐한 생활상, 전쟁에 나섰던 숱한 인물들의 활약상을 생생히 전한다. 여기다 재앙에 대비하지 못한 무능한 왕조와 전쟁 중에도 당파싸움을 멈추지 않은 정치인 등 당시 정치·사회 상황까지 고발한다.

‘징비록’은 많은 조선의 지식인과 위정자들이 읽었다. 다산 정약용은 이 책을 여러 번 탐독하고 독후감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또 일본에서는 1695년 ‘조선징비록’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으며 중국에서도 읽혔다.

‘징비록’은 회고록 형태의 기록 2권, 전쟁중에 임금에게 올린 보고·건의서, 관계 기관이나 책임자들에게 보낸 지시·전달문 등의 공문서 모음인 ‘근포집’, ‘진사록’, ‘군문등록’ 14권과 11항목의 ‘녹후잡기’로 이뤄져 있다. 류성룡의 위패는 안동 병산서원에 모셔져 있으며 ‘징비록’은 국보 132호로 지정돼 있다.

4월 마지막 주 수요일(28일)에는 고명환씨와 최교수의 ‘북토크’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며 토크 내용은 광주일보와 새말새몸짓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다. 또 4월 셋째주에는 최 교수가 읽은 ‘징비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광주일보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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