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업체를 통해 본 광주·전남 고독사 실태
지난해 무연고 사망 121건
전년보다 92%나 급증
중년 고독사·청년 자살 심각
집안에는 쌀 한 톨 안보이고
채무판결서·연체내역서 널려
“고인의 고민 느껴져 안타까워”
#. 폭설이 쏟아지던 지난달 초, 특수청소업체를 운영 중인 박봉철씨는 늦은 시간 목포의 한 다세대 주택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30대 세입자가 극단적인 선택했으니 집 청소를 부탁한다는 전화였다. 연락을 받고 이튿날 청소를 의뢰받은 집으로 향했다.
집 주인은 숨진 지 1주일 정도 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 바닥에 넓게 흩어져 있는 채무이행판결서, 각종 독촉장, 카드연체 대금내역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고인이 겪었을 고민이 느껴졌다.
주방 냉장고에는 먹을 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고인이 먹은 것으로 보이는 라면봉지 몇개와 담배꽁초만 가득했다.
박씨는 “집 안에 널브러진 각종 문서들을 보니 고인이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인의 경우 30대 젊은 나이지만 유가족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라고 말했다.
쓸쓸히 홀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애도해줄 친인척이나 친구하나 없이 쓸쓸히 세상에서 잊혀지는가 하면, 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극닥적인 선택을 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수청소업체를 5년째 운영 중인 박씨는 코로나와 경기 침체,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붕괴되면서 광주·전남 지역 중년층의 고독사와 청년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청소부는 변사사건, 고독사, 자살로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한다.
박씨는 “고독사, 자살 현장 등 자살예방센터와 유족들을 통해 한달에 30건 정도를 의뢰받아 처리하고 있다”며 “고독사, 자살 현장 등은 고인이 숨진 뒤 적게는 1주일 많게는 6개월이 지나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 약품과 장비를 통해 청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년만 해도 고독사가 일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부터 자살 현장 청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현재 정부가 집계하는 공식적인 ‘고독사’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고독사’는 1인 가구가 가족·이웃과 교류 없이 홀로 숨지는 것을 의미한다면 무연고 사망과 비슷하지만 범위는 더 넓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 2018년 63건에서 지난해 121건으로 92%나 늘었다. 무연고 사망이 사망 후 시신을 인수해 갈 유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고독사의 일부에 불과한 무연고 사망만 보더라도 위기상황을 엿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사는 독거노인과 1인 가구를 집중적으로 관리·지원하는 고독사 예방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층 자살도 심각하다.
박씨 업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 자살 현장 정리건이 전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40세 미만의 젊은이들의 자살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씨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가 청년층의 자살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 자살자는 2016년 339명→2017년 329명→2018년 373명→2019년 346명 등 최근 4년 간 138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살자 숫자의 증가세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20세부터 40세 미만까지의 자살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9세 자살자는 2017년 93명에서 2018년에는 100명대를 넘어서며 103명을 기록, 지난 2019년에는 10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광산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의 집을 정리한 적이 있다. 집안도 유복하고 생활 환경이 나쁘지 않았는데,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르게 된 건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20~40대의 자살은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이나 경제적인 문제로 가정을 갖지 못해 1인 가구들은 결국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자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평소 자살에 대한 고민과 고통을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 자살로 이어지게될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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