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상...보건소 직원들 한달 초과 근무 89시간
끊겨진 일거리...대면활동 중단 요양보호사들 지원 제외
매일 밤 10시 50분께 퇴근 등
보건소 직원 과로 해소 대책 절실
요양보호사, 돌봄 노동자 미포함
한시 지원금 신청조차 못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은 일상을 잃어버렸다. 재가요양보호사들은 대면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예 일거리가 끊겼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일상과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좀 봐주세요”= 광주 서구의회 김태진 의원이 발표한 ‘광주 서구보건소 코로나19 관련 직원 초과근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투입된 광주서구보건소 직원들의 한달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89.7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영되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나 확진자 동선파악 업무를 맡고 있는 역학조사 업무 담당자들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그 어떤 공무원들보다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서구에서 가장 많은 초과 근무 시간을 기록한 공무원은 광주 서구보건소 박경희 감염병관리과장이었다.
박 과장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정규 근로시간 외에 초과 근무한 시간만 1752시간에 달했다. 선별진료소 운영 등 보건소 안에서도 가장 일이 많았던 감염병관리팀의 수장을 맡다 보니 누구보다 초과 근무 시간이 많았다.
박 과장의 한달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46시간, 오후 6시에 정규 근로 시간이 끝난 뒤 매일 4.8시간을 더 일하다 밤 10시48분에 퇴근했다는 얘기다.
유흥주점 발 확진자가 쏟아지던 지난해 8월에는 193시간을 기록했다.
박 과장은 “1년 간 쉬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8월 보건소 인사이동과 유흥주점 발 집단감염이 겹치면서 새로 전보한 공무원들이 정말 힘들었다”며 “피로감 해소를 위해서는 타 부서에 비해 잦은 인사이동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업무 능숙도를 무시할 수 없어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보건소 공무원들도 한달 평균 80시간 대, 많을 때는 월 100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를 했다.
김태진 의원은 “‘덕분에 챌린지’ 등의 캠페인도 좋지만 말이 아닌 구체적인 지원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서구가 재난 상황 시 의료, 복지, 요양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필수노동자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마스크 지급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안 보이나요?”=코로나19 감염위험 속에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생활을 돕는 활동을 펼쳐온 요양보호사들도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에 취약한 어르신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감염위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보호와 지원에 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하소연한다.
21일 민주노총서비스 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광주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22일 오전 11시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책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보호시설 내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매주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서 환자를 돌보느라 지쳐가고 있고 가정을 찾아 환자를 돌보는 재가요양보호사들은 대면 활동이 중단되면서 일거리도 끊긴 처지다.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 감염의 두려움을 견뎌내면서 식사보조·목욕 서비스까지 하고 있지만 ‘돌봄 노동자’에 포함되지 않아 한시지원금 신청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선옥 요양서비스노조 광주지부 사무국장은 “지자체가 재가방문요양 서비스를 직접 운영해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과 필수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넓혀 위험 수당 등 낮은 소득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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