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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범법자 된 소음 피해자…층간소음 악순환 언제까지

by 광주일보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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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윗집 위협 50대 집유
코로나 집콕에 민원·분쟁 늘어
광주지역 하루 평균 7건 신고
“못살겠다” 극단적 마찰까지
입주민 소통 통해 해법찾기 중요

#. A(55)씨는 지난해 2월 25일 오후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고 망치를 들고 윗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더니 문을 열어주지 않자 “죽여버리겠다. 나오라”며 망치로 현관문을 수차례 때리며 협박했다.

A씨는 이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가 윗층에서 배달 음식을 받으려고 문 여는 소리를 듣고 흉기를 들고 다시 찾아가 “조용히 좀 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협박했다.

광주지법 형사 3부(부장판사 장용기)는 이같은 혐의(특수협박)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가 처벌을 받았지만 갈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피해자들과 A씨 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A씨를 엄벌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재판부도 현재도 층간소음과 관련된 이들 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언제 다시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광주는 아파트 거주율이 65.5%로,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도시’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주민들은 층간소음에 예민해졌고 곳곳에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설 명절 연휴에도,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층간소음을 내세워 이웃을 신고하는 일도 속출했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 등 행정 당국이 이웃 간에 빚어진 분쟁을 해결할 사회적 시스템을 보다 공고하게 마련,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위’ 넘은 항의·갈등=층간 소음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찾아가 항의하는가 하면, 공용시설에 경고문을 붙이는 등 ‘위험한’ 행동도 속출하고 있다. 광주시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에서는 ‘하루종일 10분 가격으로 핸드폰 진동을 알람으로 설정하신 분으로 인해 임신한 와이프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고소가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적은 글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내용이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상대방을 특정하고 구체적인 소음 유발 행위까지 포함될 경우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일대 아파트에서는 문을 두드려 열어주자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쳐들어와 층간소음을 항의하는가 하면, 늦은 시각까지 집에서 모임을 하면서 소란스럽게 하다가 다툼으로 번지는 등 층간소음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나주지역 모 아파트 주민은 최근 설 명절 기간, 아래층 주민에게 이른 아침부터 항의를 받았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심하다는 것인데, 정작 이날은 손주들이 없어 확인하다보니 다른 이웃집에서 들리는 소음을 오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는 층간소음을 제기하는 주민들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민들이 사무소로 시끄럽다고 전화하면 누구 편을 들 수 없어 안내방송 하는 것 외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광주시 동구 한 아파트 경비원은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무조건 관리사무소부터 찾는데 층간소음 분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뭐라고 하겠냐”고 말했다.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등 갈등이 생기기 전·후 이웃간의 배려와 화해를 위한 문고리 형태 ‘소통지’. <광주시 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 제공>

 

◇층간소음 분쟁은 느는데 해결은 어떻게 =18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 연휴(11일~14일), 모두 27건의 층간소음 분쟁이 112신고센터로 접수됐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을 자제하며 집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층간 소음을 참다 못해 신고한 것으로, 출동해 당사자 간 중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광주시 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도 최근 3년간 층간소음 접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지난해에는 전년도(174건)보다 22.41%(213건)나 늘어났다.

분쟁은 늘지만 해결은 더디다. 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은 소음 측정·중재해 처리리하는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려 실효성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갈등 만큼 예방에 힘쓰려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광주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 조은주 총괄화해지원플래너는 “층간소음 문제는 서로 소통해서 해결점을 찾는 게 중요한다”면서 “윗층과 아랫층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문고리 모양의 소통지를 교환하는 등 정책을 시행중”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집안 가족들이 참여하는 모임이 있을 경우 ‘모임 있어요. 죄송합니다’는 쪽지를 붙여놓으며 양해를 요청하고 이웃은 배려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아파트 건설 방안도 시급하다. 아파트 건설 시 바닥충격음 저감 공사를 하도록 하고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게 시공하는 지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계획연구소 이봉수 소장은 “층간 소음 방지자재 사용 과정에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설현장에서 단가하락을 위한 자재 변경을 할 수 없는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치구 조례 제정을 비롯, 강제할 정부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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