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 공공성·수익성·투명성 등 협상 3대 원칙 제시
2년간 협상 통한 합의안 무의미…4월 토지보상 앞두고 또 행정절차 지연
광주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앞둔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해 협상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해 논란이다. 이번 조치에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제기한 고분양가와 80평형대 대형 평수, 용적률 확대 등에 따른 특혜 의혹을 해소하고, 공공성과 수익성, 투명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이미 해당 부서 등에서 2년여 동안 각종 행정절차를 밟아 결정한 내용인데다,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추가로 검토·논의하기로 한 사안들이어서 행정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토지 보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행정절차가 지연될 경우 땅값 추가 상승 등에 따른 개발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져 사업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시장은 15일 오전 출입기자들과 만나 “사업자,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언론계, 공직자가 참여하는 협상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며 재협상 방침을 밝혔다. 이 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정서와 공감”이라며 “분양가, 용적률 문제를 비롯해 80평 이상 대형 평수를 줄이고 서민들이 선호하는 평수를 늘리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공공성, 수익성, 투명성을 협상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면적을 쾌적한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는가(공공성),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할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가(수익성), 사심이나 부적절한 개입 없이 공개적으로 추진하는가(투명성)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특히 “법령상 아파트 등을 건립할 수 있는 비공원 면적을 30%까지 할당할 수 있지만, 중앙공원 1지구(8.17%) 등 광주 9개 민간공원 평균은 9.7%로 20%가 넘는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공원 면적이 좁다 보니 용적률, 층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일정 이상 수익을 내면 공원 사업에 환원하도록 협약해 특혜란 있을 수 없다”며 “분양가를 낮추면 입주자에게만 좋고, 다소 높더라도 쾌적한 공원을 조성하면 150만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너무 높아도 안 되지만 무조건 낮춘다고 시민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앞으로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자칫 지나친 논쟁으로 사업이 무산되거나 위기를 맞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장이 이날 중앙공원 1지구에 대한 재협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사업자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 중앙공원 개발 주식회사 내 갈등이 단초가 됐다. 광주시는 현재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되는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건립과 관련해 ‘빛고을 중앙공원 개발 주식회사’와 4차례 계획 변경을 통해 평당 1900만원, 후분양으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SPC 최대 주주인 한양이 선분양을 조건으로 1600만원까지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한양 측은 최근 제시안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했지만, 내용상으로는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광주시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시청 내부에선 한양측이 SPC 최대 주주이긴 하지만, 대표성이 없어 협상자격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접촉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한양 등을 중심으로 고분양가와 대형 평수 논란 등이 제기된 만큼 내달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논란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재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이날 발언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절차마저 사실상 연기되면서, 지난 2년여간 업체측과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이끌어 낸 광주시 관련 부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청 내부 일각에선 “결국 공무원들이 2년간 일한 결과물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광주시의 한 공무원은 “지난 2년간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공무원들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수차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오해 없도록 심사숙고해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생 많았다는 말을 들어야 할 동료(공무원)들이 마치 뭔가를 잘못한 듯한 분위기로 내몰리는 듯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권일 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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