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타인을 위해 작은 정성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편집자주>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로 34년째, 한평생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온 광주전남적십자 봉사원 고윤순(여·61)씨. 그의 ‘나눔 정신’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난해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최근에도 적십자 설맞이 사랑나눔 행사에 참가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물 상자를 만드는 등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밭에서 직접 뽑은 알타리 무를 김장김치로 담가 독거노인과 소외계층에 전달했으며, 적십자 희망풍차 캠페인에도 꾸준히 참여해 마스크, 반찬 등을 나누기도 했다.
고씨는 “독거 어르신부터 거동이 불편한 분들 등 우리 주변에도 힘든 이들이 많다. 코로나19로 힘든 때, 이들은 봉사자들이 없으면 누구보다 더 힘들어진다”며 “힘들 때일수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봉사활동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방역에 소홀했다간 자칫 소외이웃에게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었던 것. 고씨는 외부인 출입을 막아 두고, 활동 중 틈틈이 소독하며 방역에도 집중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고씨는 힘든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봉사는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는 그의 말처럼, 이웃들에게 소중한 희망을 불어넣는 보람과 즐거움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고씨는 광주시 안전모니터봉사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고씨 가족도 따라 나섰다. 남편과 두 딸, 아들도 고씨를 따라 봉사와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손주들도 한달 용돈을 모아 기부를 하는 등 고씨에게서 나눔 정신을 배우고 있다.
“힘 닿는 데까지 이웃들과 늘 함께하고 싶다”는 고씨는 모든 광주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봉사활동을 하는 날을 꿈꾸곤 한다. 나눔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면, 아프고 힘든 이 없이 따뜻한 사회가 되리라는 믿음이다.
세상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역시 ‘설’은 민족의 명절이다. ‘코로나19’로 부모님을 찾아뵐 수도, 온 가족이 모일 수도, 성묘마저 할 수 없어도 따뜻한 정만큼은 막지 못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매년 잊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성을 보냈던 ‘얼굴없는 천사’들은 올 설에도 나타났다. 이들 중 몇몇은 십년이 넘게 설날마다 쌀과 과일 등을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달라며 기탁했고, 그들의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얼굴없는 천사들까지 등장시켰다. 자신은 감춘 채 오직 사랑과 정성만을 내세운 이들이 있어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한 것이다.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따뜻한 정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설과 추석만 되면 광주 광산구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의 기부가 어김없이 도착한다. 지난 2011년 설을 시작으로 11년째 약 20차례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도 설을 나흘 앞둔 지난 8일 새벽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 앞에는 사과 50상자와 2kg들이 떡국떡 50봉지가 놓였다. 이 얼굴없는 선행은 2011년 쌀 20kg 35포대로 시작해 올해까지 쌀 700kg, 떡쌀 400kg, 과일 864상자에 달한다고 한다.
복지센터 공무원들은 이 얼굴없는 천사를 찾기 위해 매년 명절 수일 전부터 잠복하다시피 했지만 천사는 자신을 알리지 않기 위해 아무도 없는 새벽에 다녀간다고 한다.
광주 동구 복지정책과에도 지난 2일 20㎏의 쌀 50포대가 도착했다. 300만원 어치 쌀을 배달한 직원은 자신은 주문만 받았을 뿐, 어느 누가 보내는 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사랑의 쌀은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두차례 동구청에 도달하며,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지난해에는 세차례 배달돼 왔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이들보다 액수는 적지만 역시 온정은 차고 넘치는 이름없는 정성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광주 서구 금호2동 행정복지센터 한 직원의 책상에 누군가 현금 55만원이 든 봉투를 두고 사라졌다. 직원들이 기부자를 찾기 위해 뛰어 나갔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동문학가 서향숙 작가는 지난 2014년부터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동시, 동화, 그림책, 소년 소설을 함께 공부하는 자리다. 첫 해 광주시청에서 시작된 강좌는 남구청, 자신이 다니는 성당 교리실, 노대동 휴먼시아 7단지 도서관 등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에는 과제를 내주고 개별 평가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 작가는 1996년 동시 ‘시골 빈집에’로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같은해 아동평론 동시 부문 신인상도 수상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공부에 대한 갈망이 많아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매주 한차례씩 서울로 올라가 5년만에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좀 더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그 마음일 거라 생각했어요. 공부를 하면서는 참 힘들었죠. 정년 퇴임을 하면서 좀 더 여유가 생기자, 제가 갖고 있는 걸 조금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서 작가는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알고 있었다. 물질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강의는 1주일에 한번씩 2시간 30분~3시간 가량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다들 글쓰기에 목마른 사람들이라 열심히 토론하고 배운다. 함께 공부한 이가 아동문학지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할 때면 모두가 축제 분위기가 된다. 정성 들여 쓴 글을 묶어 책을 펴낼 때도 마찬가지다.
“아동문학은 동심이 바탕이 된 문학입니다. 팔순이 넘은 동화작가님들을 보면 얼굴에 아직도 순수함이 남아 있어요. 저는 함께 공부하는 이들에게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동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자주 말해요. 그래서 좋은 동시집과 동화집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죠. 좋은 글을 노트에 필사를 해보라고도 합니다.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알게 됩니다.”
서 작가는 올해도 노대동 작은도서관에서 재능기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서 작가는 방정환문학상, 광주전남아동문학인상, 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연못에 놀러온 빗방울’‘자음 모음 놀이’ 등 동시집을 출간했다. 공무원문예대전 국무총리상과 2018년 KBS창작동요대회 가사우수상을 수상했다.
에덴병원(대표원장 허정) 직원들이 9일 단체 헌혈행사를 열었다. 에덴병원은 지난 1998년부터 24년째 동절기 어려운 혈액 수급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헌혈 행사를 열어 왔다.
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 특성상 수혈을 많이 해야 하는데, 돌아보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혈액이 많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서 이같은 전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번 헌혈은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혈액 수급이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라 의미를 더했다. 헌혈은 충분히 건강한 몸을 갖고 있어야 할 수 있다. 직원들은 매년 하절기·동절기 두 차례 진행되는 헌혈 행사를 위해 몸 관리에 신경써 왔다. 그 덕인지 이번 행사에서도 직원 180여명 가운데 80여명이 헌혈을 할 수 있었다.
헌혈 일정이 잡히면, 직원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다. 이 시기가 되면 헌혈이 제한되는 건강검진, 예방접종 등을 한달씩 뒤로 미뤄두곤 한다.
직원들은 위급한 환자에게 혈액을 공급하며 생명을 나누는 보람을 느끼고, 더불어 혈액검사를 통해 12가지 건강지표와 콜레스테롤 등 4가지 항목 검사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에덴병원은 꾸준한 헌혈 활동으로 복지 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대한적십자사 최고명예장 ‘포장증’을 받기도 했다.
허정 대표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혈액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전 직원들이 직접 행사에 동참했다”며 “국민들도 헌혈행사에 적극 동참해 하루빨리 혈액수급이 안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덴병원은 저출산 시대 다둥이(다섯째 이상) 출산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다둥이 분만 사례만 10차례에 달하며, 그 중에는 여덟째 아이까지 출산한 가족도 있다. 다둥이를 자연출산하는 경우 분만비 전액을 무료로 지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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