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도 중요하지만…
회사원 A씨는 지난 27일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급박스런 전화를 받았다. 큰 아들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으니 온 가족이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네 가족이 보건소로 향했다. 다음날 진단검사 결과 아내를 제외한 자신과 아들, 딸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후사정을 알아보니 아들이 과외 교사로부터 감염된 것이었으며, 과외 교사는 성인오락실 직원이었다고 한다.
“아니 과외 선생도 선생인데, 어떻게 감염 우려가 있는 성인오락실에서 근무할 수가 있나요. 과외는 선생과 제자가 1~2시간을 붙어 있기 때문에 감염을 피할 수 없잖아요. 코로나 상황에서 감염 우려가 있는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요.”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병실이 없어 28일 하루는 아버지·아들·딸이 불안 속에 각자의 방에서 날을 샜다. 음성판정을 받은 아내는 친척집으로 옮겨갔다.
불안 속에 뜬 눈으로 날을 새고, 29일 오후에서야 아들은 N시 의료원으로 이송됐으며 A씨와 딸은 M시 의료원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딸이 얼마전 간단한 시술을 받은 상태라 시술후 처치가 가능한 의료 시설이 필요, 방역당국에 상황을 설명한 끝에 다른 군의 의료원으로 옮겨갔다.
특히 아들은 고3이라 겨울방학이 제일 중요한 시기이지만 이제는 공부가 아니라 코로나 완치부터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N의료원에 입원한 아들은 병실에서 같은 과외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았던 고2 확진자를 만나면서 ‘멘붕’에 빠진 상태하고 한다. 혼자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A씨의 아내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아직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족들 걱정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A씨 가족으로 끝나지 않았다. A씨와 직간접으로 접촉한 친구들 가정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A씨는 미안한 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업직인 친구는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방역수칙에 따라 혼자 만의 공간(원룸)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며, 또다른 친구도 사택에서 혼자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A씨는 “일도 중요하고, 생계도 중요하지만 과외 교사나 유치원 선생님, 간병인 등 업무 대상과 밀착해서 일을 하는 분들은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일이나 업무를 피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코로나가 끝날때까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려는 배려 깊은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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