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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홀로 선 자들의 역사, 인문학의 모태 누정…돌아와 머무르며 깨우치다

by 광주일보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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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김동완 지음

 

백호 임제와 그의 부친 임진, 조부 임붕 등에 대한 추모를 담은 나주 영모정(위)과 면앙정 송순이 담양 제월봉에 지은 정자 ‘면앙정’. <글항아리 제공>

“누정은 산수에서 만나는 ‘책 밖으로 튀어나온 역사서’이며 철학, 예술, 풍수, 건축, 지리를 담은 ‘뜻밖의 인문학 사전’이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역사기행 전문작가 김동완의 견해다. 그는 누정에 대한 정의를 그 이상으로 확장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을 갖춘 인문 현상의 정수”라는 수사에선 만만찮은 내공이 읽힌다.

김 작가의 누정에 대한 정의는 일찍이 담양 제월봉에 정자를 짓고 가사를 읊던 면앙정 송순의 시문을 떠올리게 한다. 즉 “풍월을 불러들이고 아름다운 산천을 끌어당겨 명아주 지팡이 짚고 가며 한평생을 보내리라”는 문장 말이다. 조선의 선비 송순은 ‘풍월산천의 주인’이었으며 ‘천문·지문·인문이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셈이다.

김 작가가 최근 펴낸 책은 전국의 누정을 주제로 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홀로 선 자들의 역사’는 누정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누정이라는 끈을 잡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이 낡은 영상처럼 펼쳐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곤 했다”며 “글을 쓰는 동안은 누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책은 경북일보에 2년 간 연재한 ‘정자(亭子)’ 100회 분 중 일부다. 글을 쓰는 한편으로 아내가 운영하는 삼겹살집에서 ‘첨성대 조르바’라는 이름의 불목하니를 했다.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고기를 굽는 자칭 ‘주경야돈’의 이중생활 끝에 나온 결실이다.

저자가 주목한 누정에는 ‘나갔다가 돌아온 이들의 정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조선 선비의 롤 모델로 여겨졌던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같은 의미가 투영돼 있다. ‘귀(歸)’라는 주제로 묶인 안동 고산정, 담양 면앙정, 광주 환벽당, 성주 만귀정 등을 만날 수 있다.

환벽당은 사촌 김윤제(1501~1572)가 노년에 후학양성을 목적으로 건립했다. 소년 정철이 김윤제를 만나 문하생이 됐고 이곳에서 유숙을 했다. 정철은 관직에 나간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엇갈린다. 환벽당은 당대 석학들인 송순, 양산보, 김인후, 김성원, 기대승 등이 드나들며 학문을 교유했다.

면앙정은 송순이 공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지은 정자다. 그는 김안로 일파가 세력을 잡자 낙향을 해, 제월봉에 누정을 지었다. 송순이 호남가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과거 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회방잔치가 열리고 선조가 선물을 보낸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저자가 주목한 누정의 두 번째 주제는 ‘처(處)’다. 머무름의 철학과 미학이라는 의미로, 출처지의(出處之義)의 처세관을 반영한다.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그 몸을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책에는 거창 요수정, 경주 종오정, 영덕 침수정, 괴산 취묵당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주의 영모정, 광주의 취가정은 사모하는 마음을 담아 세운 정자다. 그리움이 향한 곳이라는 ‘모(慕)’를 모티브로 전개된다. 영모정에선 조선의 천재시인이자 아웃사이더 백호 임제의 삶과 시혼을 느낄 수 있다. 원래 귀래정이었던 이곳은 임붕이 자신의 호를 따 지었는데, 그는 조광조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낙향했다.

사후 그의 아들인 임복과 임진이 부친을 추모하기 위해 영모정으로 바꿔 재건했다. 임진은 바로 백호 임제의 아버지다. 이곳에는 백호의 족적이 담긴 비석과 기념 건물이 있으며 인근에는 백호문학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누각에 담긴 빛나는 시문과 문장, 쉼을 연계로 ‘휴(休)’를 조명한다. 금강산과 동해를 품은 고성 청간정, 당대 최고 시인묵객들이 찾았던 삼척 죽서루 등이 소개된다.

김 작가는 “선비들은 누정은 물론 주변의 이름 없는 산과 물,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편액과 산, 물, 바위에 붙여진 이름은 ‘고문진보(古文眞寶)’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인다.

<글항아리·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홀로 선 자들의 역사, 인문학의 모태 누정…돌아와 머무르며 깨우치다

“누정은 산수에서 만나는 ‘책 밖으로 튀어나온 역사서’이며 철학, 예술, 풍수, 건축, 지리를 담은 ‘뜻밖의 인문학 사전’이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역사기행 전문작가 김동완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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