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쳐 천년 넘게 나라의 중요 제례행사를 봉행했던 지리산 남악사 옛터의 발굴 작업을 본격 시작한다.
10일 구례군에 따르면 지리산 노고단 남쪽인 광의면 온당리 당동마을 일원의 남악사터를 전면 발굴 조사해 역사적 실체를 밝힐 예정이다.
구례군은 이를 위해 용역비 1억원을 들여 전문 문화재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길 계획이다.
이는 구례군이 지난 1992년 남악사 옛터에 대한 부분적 지표조사를 실시한 지 30년 만에 전면 발굴에 들어가는 것이다.
남악사는 지리산 산신을 제향했던 사당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통일신라 시대 나라의 제사 대상이 됐던 오악이 있는데 토함산(동악),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 팔공산(중악)이다.
통일신라 때에는 지리산 천황봉에서, 고려 때에는 노고단에서 제례를 지냈고, 조선에 들어서는 세조 3년(1457)에 노고단 아래 구례군 광의면 온당리 당동에 제단을 세우고 조정에서 제관이 내려와 국가 행사로 제례를 지냈다고 한다.
남악사는 전면 3칸, 측면 1칸반의 전통적 사묘이며 신문, 객사, 유생청 등 부속건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술국치(1910년 8월29일) 2년 전인 1908년 폐쇄됐으며, 이 때까지 남악사는 조선 왕조의 국가제례 공간이었다.
남악사 폐쇄 이후 56년이 지난 1964년 구례군민의 자율 모임인 구례군번영회가 주축이 돼 화엄사 일주문 앞에서 군민들이 모여 다시 제례를 행했다.
이후 국가의 태평과 국민의 안녕,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를 ‘지리산 약수제’라 이름 짓고 매년 곡우절(4월20일)에 전남지사가 제관으로 참석해 이어오고 있다. 1982년부터는 구례군민의 날에 제례가 열려 구례의 대표 문화축제로 발전했다.
하지만 지리산 약수제가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고로쇠와 거자수 약수를 판매하기 위한 상업적 축제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해 명칭을 ‘지리산 남악제’로 변경했다. 현재 제례가 행해지는 남악사는 1969년 12월에 화엄사 일주문 입구 오른쪽에 사당을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남악사 옛터 발굴을 통해 국가 제례의 소중한 가치를 정립하고 역사적 고증을 거쳐 향후 구체적인 복원사업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또 “지리산 남악제 제례 행사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지정해 국가 행사로 치뤄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리산 남악제 제례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구례향교 김한섭 전교는 “남악제는 조정에서 임금의 명을 받은 관리가 내려와 제례를 올린 국가 중요 행사였다”면서 “일제에 의해 헐린 남악사의 복원은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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