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까지 풀타임 소화, 가장 큰 점수
후배들 이끌고 좋은 성적 내고 싶어
산전수전 겪은 13년 차,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손이 떨릴 만큼 긴장된 타석이었다.
숨 가쁘게 2020시즌을 완주한 KIA 타이거즈 나지완의 봄은 ‘떨림’이었다.
나지완은 “돌아보면 기적 같은 시즌이다. 초반 10경기 때 정말 긴장 많이 했다. 손이 떨리기도 했다”고 시즌 초반을 돌아봤다.
나지완은 스프링캠프 첫 경기부터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첫 외국인 감독 체제, 원점에서 시작된 경쟁은 나지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56경기에 나와 0.186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해를 보냈던 만큼 나지완은 절박한 심정으로 칼을 갈았다.
좌익수로 캠프, 연습경기 일정 등을 소화했던 나지완은 조금씩 지난해 악몽을 지워갔다.
나지완은 “초반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 그런 부담감은 없었는데 작년 부진했던 기억들이 남아 있었다”며 “선뜻 방망이도 안 나왔다. 초반 10경기는 긴장감 속에서 치렀다”고 이야기했다.
자존심을 구겼던 지난해, 올해도 시작은 매끄럽지 못했다.
나지완은 “개막전까지 4번을 치다가 개막날 7번 타자였다. 그날 안타를 못 치고 다음날 스타팅에서 빠졌다.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독하게 나지완을 테스트했다. 지명타자가 익숙했던 나지완은 수비까지 소화하면서 시즌을 달렸다. 시즌 막판 체력저하로 슬럼프도 겪었지만, 시즌 완주를 하며 윌리엄스 감독의 독한 테스트를 통과했다.
나지완 스스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부분도 ‘완주’다.
나지완은 “거의 10년 만에 수비까지 풀타임 소화를 했다. 아픈 곳도 있었지만 참고했다. 그만큼 절실했다”며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도 세우고, 극적인 순간에 안타·홈런도 몇 차례 기록했지만 개인 성적보다는 1년 내내 풀로 뛰었다는 것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 자신이 기특하다”고 웃었다.
반전에 성공했지만, 나지완의 마음은 여전히 바쁘다. 다시 또 새로운 경쟁 출발선에 서야 하고, ‘임시 주장’이라는 책임감도 있다.
그는 선수단 투표를 통해 양현종을 대신할 주장 역할을 맡았다.
나지완은 “선수단이 뽑아준 것이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여러 면에서 잘해야 하는 자리다”며 “다시 경쟁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야구 하면서 경쟁 안 한 적이 없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하시는데 나이가 아니라 실력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 내 기량보다 더 잘하는 후배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후배들이 나와야 우리 팀의 방향성도 정해진다”며 “고기도 먹어본 애들이 먹는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 후배들이 가능성은 있지만 고기를 잘 먹는 선수가 없는 것 같다. 옆에서 고기 잘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당연히 2021시즌 목표도 ‘팀’에 맞춰져 있다.
나지완은 “지금 이 나이에 ‘몇 타점 하겠다’ 이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우선 목표다. 팀이 이길 수 있는 타점, 홈런 많이 기록하면서 팀에 플러스가 되겠다”며 “우승은 쉽지 않더라도 무조건 5강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김여울기자(그라운드 톡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KIA 황대인, 기대주 떼고 대형주로 날아오른다 (0) | 2020.11.30 |
---|---|
KIA 최형우, 은퇴선수들이 선택한 최고의 선수 (0) | 2020.11.28 |
2017 KS 떠올린 KIA 김민식 “우승 포수 향해 체력부터 다시 시작” (0) | 2020.11.26 |
프로야구 왕별 가린다 … KIA 최형우 ‘타율상’ (0) | 2020.11.24 |
[광주 FC 주장이 돌아본 올 시즌] 여름 “팀 파이널 A 진출 최고 순간…나는 복 받은 주장” (0) | 2020.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