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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녹지지구 → 준공업지구→ 이젠 아파트촌 만든다고?”

by 광주일보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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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지죽동 마을 전경.

“수백 년 동안 살던 마을에서 사람조차 살지 못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아파트 촌으로 만들겠다니 참 이해가 안되네요.”

17일 오전 찾아간 광주시 광산구 지로·영천·용동 마을 일대는 평화로웠다. 광주시가 대규모 개발사업〈광주일보 11월 16일 1면〉을 추진한다는 평동산업단지와 황룡강 장록습지 사이 바로 그 마을이다.

하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다 만난 주민들을 통해서 최근 광주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계획이 마을에 퍼지면서 마을이 술렁인다는 얘기를 접할 수 있었다.

나이든 주민들은 아파트촌 개발로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대를 이으며 살아온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섰다.

광주시가 공고한 지역(139만 5553㎡)에는 수백년 된 3개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282세대 477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지로(128세대 217명), 영천(55세대 95명), 용동마을(99세대 165명)로, 마을 이름도 1914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정해진 그대로다.

지로 마을은 조선시대 선조때 우의정을 지낸 오겸(吳謙)이 낙향해 살았던 마을.용동 마을은 삼한시대 군장사회의 치소(治所·행정사무를 맡아보는 기관)가 돼 백제를 거쳐 조선 중기까지 복룡현(伏龍縣)의 치소를 유지했던 마을이라고 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마을이지만 아파트촌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얼굴엔 두려움도 느껴졌다.

40년 동안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던 김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말이 들린다”면서 “돈도 없는데 아파트가 생겨나면 쫓겨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주민은 “한때 녹지지구였던 마을이 준공업지역(1998년)으로 바뀌면서 사람이 살수 없게 됐는데, 이젠 아파트촌을 만들겠다니 마을의 수백년 역사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의 역사와 특성을 살려 개발하려는 고민 대신, 쉽고 빠르게만 진행하려는 안일한 개발 행정에 대한 비판이다.

이준경 지죽동 통장은 “마을 주민들은 느닷없이 준공업 지역으로 바뀌면서 소음·악취에 30년 간 시달려왔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단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심 곳곳에 아파트를 짓는 것도 모자라 국가습지 지정을 추진 중인 장록습지 인근까지 아파트로 채운다는 데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삵)도 살고 있으며 장록습지와 육상을 연결하는 연접공간으로, 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국가습지 지정을 추진중인 곳이라는 점에서 한쪽에서는 개발을, 다른 쪽에서는 습지 보전을 진행하는 등 ‘엇박자’행정을 펼친다는 말도 나온다.

경사도가 심한 탓에 아파트 단지 건설 과정에서 토지를 심하게 깎아내는 등 환경 변화가 불가피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지현 광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광주시가 이 지역에 실시한 단계적 용도변경만 봐도 계획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광주시가 제시한 계획은 전략 사업 육성을 내세운 아파트개발 사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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