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문 연 야생동물 질병관리원
감시·대응·연구팀, 질병 조사·감시
사람·동물간 연쇄적 감염고리 연구
돼지열병·조류인플루엔자 대응 강화
“야생동물 질병 관리는 앞으로도 상당히 중요해질 것입니다. 코로나19 사례에서 우리는 질병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다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퍼지는 걸 배웠습니다. 아직 야생동물 질병 전담 기관이 세계에서도 많지 않은 지금, 한국 야생동물 질병관리원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게 제 역할이지요.”
환경부 야생동물 질병관리원(이하 질병관리원)이 최근 광주 광산구 삼거동에서 문을 열었다.
노희경(47) 야생동물 질병관리원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야생동물 질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며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해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원은 사람·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 체계를 완성하고자 설립됐다. 질병감시팀·질병대응팀·질병연구팀 등 3개팀 33명이 연구·실험장비 77종 289개를 활용, 야생동물 질병 전반을 조사·감시하고 신·변종 질병 유입 실태를 조사한다. 주요 법정 질병에 대한 표준진단법 개발, 병원체 특성·위험도 평가, 질병 예방·대응 기술 등 연구도 진행한다.
노 원장은 1995년부터 환경부에서 근무하면서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생물다양성과장, 수생태보전과장 등을 거쳤다. 2016년 AI대응 상황반장을 맡기도 했다.
노 원장에 따르면 기존에는 야생동물 질병 전담 조직이 없었고, 대개 감염 사례가 드러난 뒤 사후 관리에 집중했다. 또 AI, ASF, 구제역 등 사회적 현안이 되는 소수 질병만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앞으로는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질병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감염 사례가 발생하기 전부터 미리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둘 수 있지요.”
그는 “전문 조사·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생물안전 3등급(Biosafety Level 3·BL3) 연구시설을 갖추는 등 고위험 병원균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또 “사람과 동물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사를 했던 기존 연구 방식을 벗어나 연쇄적인 감염 고리를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원장에 따르면 야생동물 질병을 집중 관리하는 기관을 세우자는 의견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전담 관리 기관이 없어 질병이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광주시는 2011년 전문 기관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으며, 2014년 환경부 입지 타당성 조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광주가 주요 철새 이동경로에 걸쳐 있으며, 전남대 수의과대학·GIST 등 연구인력과 연계하기 쉬우며 KTX, 광주·무안공항 등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 등과 일부 업무가 중복되므로, 차차 중복되는 부분을 줄이며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인력이 예정보다 적게 충원됐으며,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연구시설 검사·인증이 이뤄지지 않아 시설 가동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올해 말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노 원장은 “무엇보다 시급한 건 지난해 말 발생한 ASF, 며칠 전 발생한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충실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장은 “출범 초기, 향후 기관의 운영 방식과 성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에 부임하게 돼 책임감이 무겁다”며 “질병관리원이 빠르게 정착하고, 광주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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