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비대면 ‘별밤 미술관’ 개관
송필용 작가 이어 이호국·이이남 전시회
연내 수완지구·송정권 2곳 늘릴 계획
지난 주말 밤 광주시 광산구 쌍암공원.
선선해진 날씨 덕에 공원을 산책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쓴 채 일정 거리를 두고 산책과 운동을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코로나 19로 평범한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넓은 공원을 걷다보니 환하게 불을 밝힌, 색다른 공간이 보인다. 지난 17일 개관한 ‘별밤 미술관’이다. 6mx3m 크기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미술관에 걸린 건 서양화가 송필용 작가의 작품들이다. 푸른빛과 흰빛으로 쏟아져내리는 폭포의 모습이나 매화 가지와 항아리가 어우러진 작품 등 송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들이다.
낯선 공간에 들어선 그림들이 신기한 듯, 산책하는 이들은 사진 촬영을 하거나 작품을 한참 살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광주시 광산구가 문을 연 비대면 전시관 ‘별밤 미술관’은 코로나 19로 문화시설들이 오랫동안 문을 닫으면서 “미술관의 한 부분을 빼서 옮겨볼까”하는 재미난 발상에서 탄생했다. 일상 속으로 예술을 끌어들이는 기획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시민 생활공간 가까이에 조성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또 문화예술 활동이 막혀버린 예술인들을 격려하고 궁극적으로 비대면 전시 문화를 활성화기키기 위한 기획이기도 하다.
송필용 작가의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전(10월 17일까지)에 이어 10월과 11월에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는 이호국 작가와 화려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일 이이남 작가를 초청해 전시회를 이어간다. ‘별밤 미술관’은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불을 밝힌다.
도심 속 미술관 장소는 광산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쌍암공원으로 정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 덕에 주·야간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공원이라는 점과 지역에 미술관 등 문화 인프라가 거의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일단 시민들의 반응은 좋다. 직접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다, 편하게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을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또 그림과 미술관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광산구청은 시민들의 호응에 따라 올해 프로젝트 공간을 2곳 정도 늘릴 계획이다. 수요 조사를 통해 수완지구와 송정권 등을 염두에 두고 별밤 미술관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기획을 진행한 소촌 아트팩토리는 지난해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미디어 아트 전시 ‘밤의 미술관’을 열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강혜경 소촌아트팩토리 대표는 “미술관에 찾아와야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발상을 깨고 아예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미술관을 기획하게 됐다”며 “별밤 미술관이 야간 특화 전시관으로, 자연과 예술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야간 문화 명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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