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은커녕 월급도 못받아…광주·전남 올 체불임금 588억
해고·무급휴직 내몰리며 실업급여 수급 4만5428명으로 급증
코로나 장기화에 명절 한숨소리 커지고 고용센터 발길 줄이어
민족대명절인 추석을 앞둔 광주·전남지역 노동자들의 한숨소리가 크다.
명절 상여금을 받기는커녕, 고용주의 임금 체불로 명절 쇠는 걸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직장에서 해고 당하거나 무급휴직으로 윌급조차 받지 못해 실업급여 상담창구를 찾는 노동자도 부쩍 증가했다. 이들에겐 돈 쓸 데가 많은 명절이 두렵기만 하다.
노동계는 임금체불·해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점에서 노동청의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받을 돈도 못 받고=OB공장에서 지게차 운반일을 하는 44명의 노동자는 최근 광주지방고용노동부에 5억원 상당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의 신청서를 냈다.
이들은 노동부에 최근 3년 간 인금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은 급여를 받았고 4대 보험료가 빠져나가는데도, 실제 보험료는 체납됐다고 주장했다.
체불임금으로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이 아우성이다.
17일 광주지방노동청에 따르면 광주노동청이 파악한 광주·전남지역 체불임금은 올 들어 588억원(광주 318억원·전남 27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체불 임금 535억원(광주 278억원·전남 257억원)보다 53억원이나 늘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로 고통받지 않고 따뜻한 추석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 노동청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임금체불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를 사법처리 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법정이율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해 신속한 체불임금 변제를 유도하는 지연이자제 도입 ▲징벌적 부가금(손해배상) 제도 도입 ▲국가가 일정범위 내에서 사업주를 대신해서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임금체불은 가정을 파탄 내고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며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중대범죄”라며 “명절 때마다 이뤄지는 반짝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로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할 직장도 구하기 힘들고= 광주시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추석을 10여일 앞둔 17일 오전에도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시민들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들은 “당장 6개월은 실업급여로 버틸 수 있겠지만 이마저 끊기면 더 암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월부터 7월까지 광주·전남 실업급여 수급자는 4만 5428명(3471억원)으로, 지난해 수급자 3만8854명(2569억)보다 16.9%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돼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진 현실이 더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담양지역 추어탕 전문점에서 8개월간 일했다는 송모(59)씨는 “코로나로 가게 형편이 어려워져 지난달 해고됐다”면서 “추석이 코앞인데, 가족들 얼굴보기가 민망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송씨는 실업급여를 신청한 뒤 고용센터 입구에 놓인 ‘오늘의 신규 일자리’ 목록 120개 일자리를 한참을 훑어보다 “내가 일할 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일용직 근로자 유모(58)씨도 “몸이 안 좋아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면서 “실업급여가 평소 벌이보다 적어 추석인데 아내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화순지역 이름난 갈비전문점에서 일했다는 정모(여·59)씨도 “꽤 알려진 식당인데 손님들이 없다 보니 해고됐다”면서“식당들이 사람을 뽑지 않고 있어 일할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실업급여 상담 창구를 찾는 실직자들 중에는 20대와 60대가 유독 많다. 코로나로 인한 청년 실업난과 퇴직자들의 재취업난이 특히 심각하다는 얘기다.
김다정 청년유니온 광주지부 사무처장은 “최근 코로나19로 해고되거나 무급 휴직을 강요받는 노동자들의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일용직 등 고용환경이 불안한 근로자들의 실업문제도 심각하고, 이들의 일자리가 곧 생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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