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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열정과 세월로 빚은 자부심…우리술 韓酒 예찬

by 광주일보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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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지음

 

코로나19로 혼술, 홈술이 유행하면서 전통주(韓酒)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술에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독특한 맛의 세계가 깃들어 있다. <창비 제공>

“한가지 오해하면 안 될 것은 이런 청주, 탁주, 막걸리의 분류는 모두 옛날 가양주(家釀酒)를 빚던 식으로 한 독에서 나온 술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근래에 생산되는 술들은 청주면 청주, 탁주면 탁주, 막걸리면 막걸리 이렇게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한가지만 생산한다. 한 독에서 차례로 걸러지는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나름의 귀천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니다. 저도주가 트렌드다보니 연구개발을 열심히 해서 일부러 청주나 증류주가 아닌 막걸리를 만드는 곳도 많다(값싼 수입산 재료와 화학물질로 만든 청주도 있고 좋은 국산 쌀만 골라 정성껏 빚은 탁주나 막걸리도 있으니 막걸리라고 무조건 무시하면 안된다).”

 

코로나19로 혼술, 홈술이 유행하면서 전통주(韓酒)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술에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독특한 맛의 세계가 깃들어 있다. <창비 제공>

전통주를 한주(韓酒)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한국 술’이다.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한국의 술이니 한주(韓酒)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주류 분야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던, 한주 산업의 세계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던 백웅재 작가가 최근 ‘우리 술 한주 기행’을 펴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한주의 세계가 펼쳐진다.

물론 한주를 전통주에만 한정하지는 않는다. “녹색병 소주, 국산 와인, 그밖에 어떤 술이든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이면” 다 ‘한국 술’인 셈이다. 저자는 한주(韓酒)를 마시다가 문명이 바뀌는 기미를 읽고 직접 한주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을 해왔다.

코로나19로 혼술과 홈술이 유행하면서 전통주 인기도 상승했다. 온라인 주문이 가능해진 덕분에 한국 술은 르네상스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한주(韓酒)의 대체어로 전통주를 제안한다. 여기에 일반인에게 친숙한 기행을 첨가해 한주와 한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강진을 비롯해 홍천, 충주, 문경, 남해, 부산 등 양조장 스무여 곳을 소개한다. 직접 한주 관련 일에 종사했던 터라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묻어난다. 마치 효모가 술맛을 좌우하듯 경험에서 빚어진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감과 맛깔스러움을 더한다.

강진의 병영양조는 프리미엄화를 단계별로 진행해왔다. 이곳에서는 ‘병영설성 생막걸리’, 유기농 쌀막걸리인 ‘설성 만원’, 복분자 소주인 ‘병영설성사또’, 보리소주인 ‘병영소주’ 등을 만든다.

 

저자는 병영양조의 김견식 명인에 대해 “겸손한 태도 속에서도 어디서든 뒤지지 않는다는 탄탄한 자부심”이 풍기는 인상이라고 전한다. 그가 시골에서 유기농 쌀막걸리나 증류 소주를 만드는 것은 시장성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그의 눈에는 그것이 우리 술이 나아갈 길이며 자기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세상이었다. 김견식 명인이 여기까지 온 것은 상업적 고려 이상의 열정, 멀리 오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강원도 홍천을 한주의 수도라고 한다. 프리미엄 한주 양조장이 몰려 있다. 아마도 그것은 “산 좋고 물 좋은 자연환경과도 무관하지 않고, 수도권과 가까운” 면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귀농귀촌의 특구이며 “수도권과의 거리-시간-땅값을 계상해보면 가성비가 가장 극대화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홍천읍에 있는 미담양조장은 다채로운 술을 빚는다. 연엽주, 송화주, 홍시주, 알밤주, 감자술 등 다양하다. 이곳 주인장은 “오미(五味)가 다 있고 향이 화려한 술”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쓸쓸한 가을 저녁의 석양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상상한다.

대도시 양조장의 메카로 부산을 꼽는다. 동동주 원형에 가까운 막걸리인 ‘갈매기의 꿈’, 부산의 랜드마크인 오륙도와 5.6도의 도수를 맞춘 ‘오륙도 막걸리’를 소개하고 만나러 가는 길을 ‘술로로드’라고 명한다.

저자는 “한잔 한잔 소비해버리는 전통이 아닌, 만들어가는 전통에 함께하다보면 독자 여러분도 나처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들 중 한명이 될 것”이라며 한주를 예찬한다. <창비·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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