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현 전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시민의 일상생활과 사회 경제 활동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도시계획 정책에 전례 없는 경험과 과제를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 증가, 감염병 유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는 국내외적으로 인명 피해, 생산 및 매출 감소 등 직접 피해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 근무와 외부 활동 자제는 지역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비대면 사회에 대비하고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 도시계획을 재검토하고 감염병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하여 새로운 도시계획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전염병 방역과 치료를 위하여 병원 및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 의료 시설을 도시계획에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새로운 설치 운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대중교통 이용을 기피하고 승용차 통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장차 대중교통 노선의 개편과 도로망 계획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의 증가로 택배·배달 차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화물 운송 계획도 도시계획에서 감안해야 할 것이다. 재택 근무와 자택 거주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주거 양식이 변화하고 도시 주택과 공동 주택에 대한 선호도도 변할 것이다. 결국, 직장 재택 근무의 확산과 제조업체의 후퇴는 해외 수출을 감소시켜 공항 및 항만 등 사회 기반 시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고 사교육 시장이 위축하여 공교육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학원 시설은 감축될 수 있다.
비대면 사회에서 도시는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단기 대책과 더불어 미래의 복합 위기에 대비하는 지속 가능형 도시 회복력을 도시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도시 회복력은 위기로부터 도시의 사회 경제 활동을 보호하고, 피해 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복구를 유도하여 도시가 정상 사회로 빨리 복원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비대면 시대에 도시계획의 방향은 감염병에 강한 건강 도시, 미래 복합 위기를 타개하는 도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친화적 도시, 지역 경제 활력성이 넘치는 도시로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대면 시대의 도시계획의 과제를 다각도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비대면 시대에 도시계획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기본 원칙에 충실한다. 도시계획의 근본적인 시작은 공중 보건 위생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면서 기술 혁신을 통하여 공중 보건과 환경 보전을 도시계획 차원에서 적극 수용한다.
둘째, 도시계획에서 생태계를 보전하고 연결하는 생태백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생태백신 네트워크는 생활권 단위로 녹색 인프라를 확충하고 바람길을 조성하며, 이를 위하여 건축물의 배치와 높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셋째, 스마트한 감염병 방역 체계를 도시계획에 도입하여 감염 차단 건강 도시를 지향한다. 스마트 감염병 감시 및 역학 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대면 시대의 최첨단 방역 시스템으로 전환해서 스마트 비감염 도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넷째, 비대면 시대의 주거 여건과 기능 변화를 고려한 주거 기준을 마련하여 도시계획 수립에 반영한다. 재택 근무 및 유연 근무제의 증가에 따른 주택 규모와 면적을 검토하여 필수적인 신주거 설비 기준을 마련한다. 취약 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주거 복지 계획을 수립하여 공공복지 안전망을 사전에 준비한다.
다섯째, 대중교통 수단의 방역·서비스 강화를 위한 공공 투자를 확대하고 지능형 스마트 교통 관리계획을 시행한다. 도로 용량과 온실 가스 배출 변화를 고려하여 도시 교통망을 개선하고,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을 도입하며 역세권 개발에 직주 근접(職住近接)의 개념을 도입한다. 도시 택배 및 배달 차량 운송망을 검토하여 혁신적 도시 물류 시스템을 도시계획에 반영한다.
여섯째,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여 감염병 예방과 재난 시설에 대한 다양한 설치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준비한다. 도시에서 전염병 확산을 최소화하도록 평시와 비상시를 구분하여 시설물의 설치 및 관리 기준을 마련한다. 아울러 재난 예방을 위하여 고위험군 시설부터 우선적으로 기존 시설의 설치 및 운영 기준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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