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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이덕일의 ‘역사의 창’] 죽은 친일파, 산 친일파

by 광주일보 2020.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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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청산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필자는 줄곧 죽은 친일파보다 산 친일파가 문제라고 밝혀 왔다. 대표적인 산 친일파가 식민사학자들이다. 이들은 아직도 조선총독부 역사관으로 가득 찬 교과서를 우리 2세들에게 강요한다. 문제는 이들이 문재인 정권 들어서 더 득세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2년 전 광복절을 맞아 이 난에 게재한 ‘광복 73년, 분단 73년’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식민사학이야말로 남한 사회의 가장 오랜 적폐인데, 촛불로 탄생했다는 새 정권 출범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식민사학 적폐 청산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 정권 들어서 거꾸로 식민사학이 제 세상 만난 듯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의 말을 ‘역사를 잊은 정권에게 미래는 없다’로 바꾸어도 정확하게 들어맞음을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보여 주었다. 문재인 정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경제 문제와 함께 식민사학 적폐 청산 여부다. 경제 문제 해결은 난제지만 식민사학 적폐는 정권의 의지만 있으면 온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청산할 수 있는 문제다.”(광주일보 2018년 8월 16일자)

문 정권은 ‘온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청산’할 수 있는 이 길에 나서기는커녕 거꾸로 식민사학자들에게 칼을 주어 지난 3년 넘게 민족사학 청산에 나섰다. 그 추운 겨울밤 촛불을 들고 광장을 메웠던 지인들이 문재인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은 지는 오래되었다. 박근혜 정권 못지않은 권력의 사유화가 역사 관련 국책기관을 휩쓸었고, 국민 세금이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 역사 왜곡 동조에 쓰였다. 문정권 내 식민사학자들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때 친일파들이 되레 정권을 잡아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고 죽이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 수많은 예 중에서 김병기 현 광복회 학술원장과 관련된 사례 하나만 들어보자.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기도 한 김병기 원장은 임정 학무국장(현 교육부장관)이자 참의부 참의장이었던 희산 김승학 선생의 증손이다. 김승학 선생은 상해 독립신문 사장 시절 백암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韓國痛史)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韓國獨立運動之血史)의 집필을 도왔다. 그때 두 선생은 “다음에는 ‘한국독립사’라는 나라를 찾은 웃음의 역사를 편찬하자고 굳은 맹약”을 했다.

김승학은 1929년 11월 만주에서 왜경(倭警)에 체포되었는데, “팔다리가 부러지는 십 수차례 악형을 당한 것이 주로 이 사료 수집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승학은 이렇게 목숨 걸고 간직한 사료들과 생존 독립운동가들의 회고를 엮어서 1965년 ‘한국독립사’를 출간했다. 독립운동가들이 직접 쓴 독립운동사인 ‘한국독립사’는 내용이 방대한 데다 국한문 혼용이었고 품절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5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김승학 선생의 자료를 기증받는 대신에 ‘한국독립사’ 해제 및 재간행 사업을 5년간 수행해 국민 누구나 독립운동사를 쉽게 접하게 하려 한 것인데, 문 정권이 임명한 안병욱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강제로 중단시켰다.

반면 한국학중앙연구원 내 뉴라이트 계열 교수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행되었던 연구 사업은 구제되었다. 뿐만 아니라 김병기 원장의 ‘이병도·신석호는 해방 후 어떻게 한국사학계를 장악하였는가’라는 저서는 한중연과 교육부로부터 출간 금지 조처와 함께 연구비 일부 환수 조처를 당했다. 3대 독립운동가 후손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 이병도·신석호의 행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간 한중연과 교육부로부터 당한 압박과 모욕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문 정권 들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비롯한 역사 관련 국책 기구들과 교육부 내의 친일 세력들이 더욱 준동하는 것이 문재인 정권의 뜻에 반하는 것인지, 반하는 것이라면 왜 이를 방치하는 것인지? 이제 문 정권에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문 정권을 탄생시킨 촛불 시민들의 눈으로 식민사학 문제를 바라보면 길은 훤히 보인다. 물론 이 정권이 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신한대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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