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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조급한 취준생 상대 은밀한 사기…390명 등친 목사와 공모자

by 광주일보 202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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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기아차 광주공장 취업사기로 광주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대기업 기아차에 채용시켜주겠다며 금품을 받아챙긴 사기 사건이 또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바람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또 기아차 취업 사기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또 채용사기? 피해자 390명 아우성=경찰이 파악한 ‘기아차에 취업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만 390명에 이른다. 이들은 SNS상에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향후 대책과 정확한 피해자 숫자, 피해액 등을 확인하고 있다.

관련 범죄가 지난 2018년부터 이뤄진 점에 주목,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A목사가 2년 가까이 문어발 식으로 주변 지인들을 통해 접근, 돈을 뜯어냈다고 주장한다.

방식도 다양했다. 한 피해자는 ‘기아차 협력사 사장들이 교인 중에 많은데 일단 협력사 직원으로 서류를 꾸미고 나중에 기아차 정규직으로 파견될 수 있다’며 보증금 형식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처음부터 정직원을 시켜주겠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정규직 전환해주겠다’, ‘청년취업패키지로 취업시킬 수 있다’ 등 갖은 수법으로 꾀여 피해자에게 많게는 5000만원에서 적게는 2000만원까지 받아갔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성격상 쉬쉬하며 비밀을 유지하는 은밀성도 사태를 키우는 데 한몫을 했다. 피해자들 상당수는 오랜 기간 동안 취업이 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일인 만큼 친인척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는 취지로 입단속을 하는가 하면, 허위 서류(취업공고 서류 등)를 작성하면서 안심시켰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A목사는 “다른 브로커 2명에게 나도 속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최근 A목사가 “얼마나 애가 타셨습니까. 그 동안 말 없이 긴 기간 기다려주신 분들과 정말 여기 안되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서, 제 부담과 인생을 다 걸고 해결했습니다. 오늘 발표합니다. 공식통지 갈 것 입니다.”라고 보내 온 문자까지 공개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기아차 광주공장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로 A목사와 브로커로 추정되는 2명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출국 금지조치를 내리는 한편, 잠적한 브로커 2명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왜 끊이질않나=광주지역에서는 지난 2004년 이후 기아차 채용 사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 ‘연례행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2004년에는 스포티지 생산라인 증설을 앞두고 노조 간부와 직원·브로커 등 130여명이 연루된 대규모 취업 비리 사건이 발생, 19명이 구속됐다. 노조에 채용 추천권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기아차는 이후 본사에서 채용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채용구조를 전면 바꿨지만 취업사기 사건은 멈추질 않았다.

2007년에는 취직을 미끼로 금품(22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전(前) 기아차 협력업체 사장이 붙잡히는가 하면, 기아차 고위직을 알고 있다며 소개비를 주면 취업시켜 주겠다고 3400여만원을 가로챈 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4년에는 지인이나 친인척 60여명에게 32억원을 받은 노조 관계자 4명이 입건됐고, 2016년에는 기아차 채용을 대가로 5명으로부터 2억 3000만원을 받아 챙긴 정당 간부가 붙잡히기도 했다. 기아차 출신 고위 공무원과의 친분을 빙자해 9000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2018년 5월에는 56명에게 18억여원을 받은 기아차 사내 하청업체 직원, 노조 간부 등 5명이 경찰이 붙잡혔다.

지난해에도 전 기아차 광주공장 한 노조 간부가 취업을 미끼로 29명에게 19억원을 가로챘다가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 왜 기아차인가 =기아차 취업사기가 끊이지 않는 데는 기아차가 광주·전남에서 최고의 일자리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열악한 광주·전남에서 기아차는 고액 연봉을 주는 대기업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광주·전남의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신입사원 초봉은 5800만원, 평균 연봉은 8600만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생산직 채용이 없는데다, 광주형 일자리가 완성되면 기아차 협력사 직원들이 생산직으로 채용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채용 사기 피해자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현 채용구조는 본사에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된다”면서 “채용절차에 비정상적 접근이 불가능하다. 취업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모두 사기”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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