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태풍·가뭄·저일조현상
기상이변에 예측불허 피해
농촌에 열대성 병해충 확산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화하면서 발생하는 기상 이변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피해들로 전남지역 농어민들의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폭우, 태풍, 가뭄, 저일조 현상 등 이상기후뿐만 아니라 매년 기온이 올라 따뜻해지면서 농작물과 어업활동에 피해가 증가하고, 수확량이 줄어 들고 있다.
◇왕 우렁이의 역습=매년 겨울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대표 친환경 벼농사 농법의 꼽히던 ‘왕 우렁이’가 벼농사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추운 겨울에 동사해 개체수가 줄어야 할 왕 우렁이들이 겨울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아 이듬해까지 생존해 모내기를 마친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강진군과 해남군 등에 따르면 이 지역에선 이러한 월동 왕우렁이로 올해 780.6㏊(강진 250㏊, 해남 530.6㏊)의 논에 피해가 발생했다.
왕우렁이는 잡초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면서 28년 동안 친환경 벼농사 농법으로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농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변화 탓에 오히려 생태계 교란종으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올해 1~2월 평균기온은 5.4도로 평년기온(2.8도)보다 왕우렁이에게 최적의 생존조건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남도는 왕우렁이에 대한 관리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농가 공급을 감축하고 앞으로 해마다 줄여갈 계획이다. 농가에도 겨울철 논 깊이갈이 또는 동계작물 재배 등이 의무사항으로 부과된다.
◇해충의 역습=겨울철 이상고온과 기후변화로 인해 전남지역에서도 열대거세미나방·갈색날개미미충·꽃매미·미국선녀벌레 등 열대성 병해충이 확산되고 있다. 해충 발생시기도 예년보다 빨라지고 발생량도 늘어 농가에 비상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열대거세미나방은 지난해부터 제주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 5월 처음 발견돼, 지난해 보다 한달 이상 빨라졌다.
과수원을 중심으로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의 돌발해충 등이 최근 동시 발생, 과수 농가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
돌발해충은 최근에 갑자기 개체 수가 늘어나 큰 피해를 주는 외래해충으로 먹노린재, 갈색날개매미충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해남을 비롯한 전남지역에 가장 문제가 되는 먹노린재는 월동 성충이 6월 중순 논으로 날아와 분얼(가지) 수 감소, 백수 쭉정이 등 피해를 줘 벼 품질에 영향을 준다.
전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그동안 방제에 힘써 외래 열대 병해충들이 많이 감소하고 있지만 겨우내 기온이 따뜻해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다”면서 “농가에서는 꾸준한 예찰과 방제를 해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파리의 역습=기온 상승은 해수온의 상승으로 이어져 전남바다에 바닷가의 공포로 불리는 해파리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6일부로 전남 일부 지역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를 발령했다.
전남의 바닷가에 출현해 주로 피해를 주는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4~6월 고흥 득량만과 완도 등 전남해안 일부 해역에서는 보름달물해파리 유체가 밀집 출현했고, 지난 6월부터 제주∼남해안 사이에 다량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해파리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남해안 해역에서는 해파리의 대량발생이 전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파리는 수산물을 어획하는 과정에서 그물이 찢어지는 등의 어구의 손상을 입힌다. 이로써 조업이 지연되고, 그나마 잡힌 물고기들도 해파리 촉수에 쏘여 상품성을 잃게된다. 결국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로 이어진다. 또 해상에서 혼자서 작업이 많은 어업 특성상 어업활동 중 해파리에 쏘이게 되면 어민들의 목숨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어업인과 해수욕객들이 해파리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해파리를 목격할 경우 국립수산과학원, 관할 지자체 및 해경, 소방청으로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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