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만 펜션, 전남 3417곳 농어촌민박업 등록…단독주택으로 분류
안전요원·구명장비 배치 의무 없어 자녀 둔 부모들 사고 위험 ‘불안’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가족이 즐겨찾는 광주·전남 펜션 숙박시설에서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수욕장이나 대규모 물놀이 시설에는 구명 장비, 안전요원 배치가 의무화 돼 있으나, 현행법상 독채나 객실 내 개별 수영장을 갖춘 펜션은 예외라는 점에서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지역 내 관광펜션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81곳이지만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3417곳에 달한다.
대부분 펜션의 경우 명칭만 ‘펜션’일 뿐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돼 있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어촌민박업의 경우 관광펜션업과 달리 소화기를 갖추는 등 최소한의 기준만 맞추면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어촌민박은 농어촌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주민이 소유 혹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숙박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숙박시설이 아닌 단독주택으로 분류된다.
관광진흥법상 관광펜션업자는 소화·경보·피난 설비 등이 의무인 반면 농어촌민박은 취사시설 주변에 소화기만 비치하면 된다.
펜션 내 규모가 큰 물놀이 시설 등의 기구를 설치할 경우 사전 신고를 하고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해야하지만 여름철에만 운영하는 물놀이 시설과 소규모 수영장은 따로 신고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일반적인 공영 수영장의 경우 ‘체육시설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2인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엄격한 안전 관리 의무가 적용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펜션 내 소규모 수영장의 경우 숙박업·음식업종 공간의 비영리 부대시설로 간주돼 안전 관리 의무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전남지역 펜션 물놀이 시설엔 별도의 안전요원이나 구명조끼가 없는 것은 물론 안전수칙에 대한 안내문 조차 없는 곳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자녀 둔 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광주지역 맘카페에는 풀빌라 펜션의 수영장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운다는 한 학부모는 “전남 지역 풀빌라 펜션을 이용하던 중 수영장 타일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면서 “깨진 타일 파편에 아이 얼굴과 발 등에 상처가 났지만, 펜션에는 치질연고 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17일에는 담양군 한 펜션에서 3세 아이가 심정지 상태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아이가 펜션 내 수영장에 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 다행히 119 안내로 보호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덕분에 아이는 극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지난해 7월에 여수 한 대형펜션 내 수영장에서는 8세 여아가 물놀이를 하다 잠수한 상태로 배수구에 손이 끼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사망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담양의 한 풀빌라펜션의 객실 수영장에서 가족이 음식을 장만하는 사이 튜브를 타고 있던 A(5)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전문가들은 풀카페, 키즈풀, 풀빌라 등 물놀이 시설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일반음식점, 장소대여업, 기타유원시설업 등 각기 다른 업종으로 등록돼 관리주체도 기준도 제각각인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같은 수영장인데도 전혀 다른 안전·위생기준이 적용되지만 소비자가 알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가족끼리 방문하는 숙박시설 내 소규모 물놀이 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놀이 시설에 안전관리자를 상주하게 한다든가 안전장비를 필수적으로 구비하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역시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무인 키즈풀에서 2세 유아가 익사사고를 당했지만 해당 업체는 공간 대여업으로 신고가 돼 있어 아무런 안전 관리 의무가 없었다”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통합 물놀이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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