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267명 중 전문기관 연계율 80%대 ‘전국 하위권’
자살위험군 1567명…‘낙인 찍힐까’ 부모 반대에 관리 안돼
광주·전남 지역 정서행동 위기 학생의 전문기관 연계율이 전국에서 하위권을 기록해 학생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서 위기를 겪는 광주·전남 초·중·고등학생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이 제때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학습권·교육활동 침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데다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비례)의원이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학생정서·행동검사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지역 관심군 학생 2715명 중 전문기관에 연계된 학생은 87.8%(2385명)에 그쳤다.
전남에서는 관심군 학생 2552명 중 86.3%(2202명)가 전담기구에서 상담 등의 치료를 받았다. 학생 전문기관 연계율은 경기(67.2%)가 가장 저조했으며 서울(75.1%), 경남(82.4%) 다음으로 전남과 광주가 낮았다.
광주 지역의 경우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검사 대상 5만5533명 중 4.88%이고, 자살위험군은 795명으로 1.43%로 집계됐다. 전남에서는 검사대상 학생 5만8971명 중 4.32%가 관심군이고 자살위험군은 1.30%(772명)로 확인됐다.
광주·전남 학생 100명 중 4명은 지속적인 관리와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중 1~2명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학생은 적절한 시기에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신과적 문제는 최대한 빠른 시기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대다수 완치될 수 있지만, 개입 시기를 놓쳐 성인이 되면 정신질환이 만성화돼 뇌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전남의 정서위기 학생들의 12.9%가 전문기관에 연계조차 되지 않고 있어 치료를 못받고 있다.
학생들이 연계 상당·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은 ‘Wee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병의원’(정부·지자체 연계기관) 등의 공공기관이 있고, 기타 민간기관이 있다.
특히 적극적인 치료와 입원을 고려해야할 광주와 전남의 자살위험군 학생의 각 6.6%(47명), 9.9%(73명)가 전문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자 중 10대 이하(만 19세 이하) 사망자 수는 2019년 7명, 2020년 11명, 2021년 9명, 2022년 14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남 역시 10대 이하 사망자 중 2019년 10명, 2020년 9명, 2021년 13명, 2022년 12명이 고의적 자해로 숨졌다.
전문가들은 연계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부모의 반대’를 꼽고 있다. ‘관심군 전문기관 미연계 사유’에 따르면 학부모나 학생이 거부한 경우가 광주 83.6%, 전남 76.5%로 가장 많았다. 기타 사유, 출결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도움을 주고 싶어도 부모들이 정신과 상담·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상담이나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무 담당자도 “학부모가 반대할 경우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이 ‘우리 애는 아직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학교나 또래 친구들이 문제다’는 식으로 현실을 회피하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낙인이 찍힐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김도연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은 “정신과 문제는 빠르게 개입할수록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하면 80%가 완치되지만, 3년이 넘고 만성이 된 상태에서 치료를 하면 완치율이 20%까지 떨어진다”며 “최대한 빨리 전문가의 개입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전남 교육청은 병원이나 상담기관 방문이 어렵거나 꺼려지는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전문가 학교방문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는 조선간호대와 국립나주대병원을, 전남은 조대·남부대·목포대를 거점센터로 지정해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직접 찾아가 무료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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