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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광주 신축아파트 분양가 천정부지…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붐

by 광주일보 2024.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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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기준 실내건축 면허 10% 늘고 베란다 확장도 20% 증가

/클립아트코리아

#.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 사는 직장인 김주선(29)씨는 최근 평일 오전 중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야간 근무를 하는 김씨는 가족들은 일어나 있는 아침 시간대 취침에 드는데, 일주일 전 옆집에서 집수리를 시작하는 바람에 소음과 진동으로 쉽게 잠에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옆집에서 집수리를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김씨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건 1달이 넘었다. 김씨가 사는 동(棟)에서만 연이어 4곳이 집수리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 주 전엔 이웃집 두 곳이 동시에 집수리를 한 적도 있다. 1997년 입주한 아파트로 연식이 오래 되다 보니, 기존 거주자들이 집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직장인 최종희(57)씨는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집 수리 업체를 찾아 현재 사는 광주시 북구의 45평형 아파트 집수리 공사를 맡겼다. 최씨는 거주한 지 20년이 넘어서면서 이사를 고려했지만, 비슷한 평형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에 가깝다는 얘기에 집을 고쳐 살기로 결정했다. 최씨는 “평당 2000만원 분양가는 당장 현금도 부족할뿐더러, 정년을 앞두고 있어 대출은 부담이 됐다”며 “게다가 살고있는 집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어 아내와 상의해 8000만원을 주고 집을 고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과 거주 중인 아파트 매도가 어려워지면서, 이사 대신 집을 고쳐 살기로 결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현금 수억 원이 필요하지만, 아직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집을 팔지 못해 매입한 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이들도 생겨나는 상황에서, 집을 고쳐 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20일 실내건축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을 매입하면서 수리를 맡기는 고객의 비율과 기존 실거주자의 집수리 의뢰 비율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집을 매입한 이들의 의뢰가 80%였는데, 최근엔 거주 중인 ‘집주인’들의 의뢰가 40%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0년차 실내건축 업계 종사자는 “코로나19 엔데믹 당시 재택근무와 집 안 생활이 늘어나면서 실내건축은 호황을 맞았었는데, 그때보다 일감은 줄었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개인들도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아 신축 매입보다는 인테리어(집수리)를 결정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주택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은 평당(3.3㎡) 1805만원이다. 이 분양가대로라면 34평형 아파트의 경우 약 6억2000만원에 달하는데, 최근 청약에 나섰던 단지들의 잇따라 분양에 실패한 것만 보더라도 실수요자를 설득하기에도 비싼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지역 인테리어 비용은 자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당 150~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 상승 등으로 5년 전(100~150만원)보다 올랐지만, ‘미친’ 아파트 가격보다는 합리적이라는 게 집 수리를 결정한 이들의 이야기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것도 집 수리 증가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집을 팔아야 새집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아파트 매매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1~5월까지, 광주에서 거래된 5억원 이상 15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712채로 작년 같은 기간 거래된 788채에 견줘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광주·전라권 아파트 입주율은 전국 최저인 56.3%를 기록했는데, 미입주 원인으로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절반 수준에 달했다.

실내건축과 관련한 통계들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등록된 실내건축 면허는 지난 5월 기준 455개로, 작년 연말(414개)보다도 10% 늘었고, 2년 전인 2022년(366개)보다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광주시 남구에 따르면 흔히 ‘베란다 확장’이라고 불리는 ‘비내력벽 철거’ 허가 접수도 늘었다.

광주시 남구에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비내력벽 철거 허가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건축 관계자는 “과거엔 실내건축 면허 없이도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면허를 취득하는 이들이 늘었다”면서 “베란다 확장도 관할 구청에 허가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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