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안좌도-반월도-박지도 잇는 다리…‘보랏빛 세상’
유엔세계관광기구 선정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환상적’
퍼플교 걷기, 마치 바다 위 걷는 느낌 ‘힐링의 시간’
신안 안좌면 두리선착장에 가면 ‘보랏빛 세상’을 만나게 된다. 안좌도-반월도-박지도를 잇는 목조 다리를 포함해 마을 주택 지붕과 산 구조물 등이 온통 보라색으로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선 느낌이다. 그래서 이곳 다리를 ‘퍼플(PUPPLE)교’라 부른다. 퍼플교의 건립 배경과 섬의 보랏빛 사연은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의 영예를 안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오는 원동력이 됐다.
사연은 이렇다. 박지도에서 평생 살아온 할머니가 ‘두 발로 걸어서 육지로 나오고 싶다’는 소망이 신안군까지 알려져 지난 2007년 목조교가 완공됐다. 이후 특색있는 지역으로 만들어 보자는데 뜻을 같이한 마을 주민과 군에서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왕도라지꽃·꿀풀꽃 등 보랏빛 꽃이 많이 피는 것을 살려 보라색으로 꾸미게 된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6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됐고, 2018년부터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마을의 모든 지붕을 보라색으로 바꾸게 됐다. 이후 박지도와 반월도 주민들은 약 4천 평의 대지에 4만 주의 라벤더꽃을 심어 정원을 만들었고, 반월도 주민들은 섬길 1.5km에 루드비키아와 접시꽃을 각각 6만 주를 심어 보라꽃 섬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간조로 바닷물은 빠져 바닥을 드러내고, 식용 해조류 가시파래(감태)가 바닥에 늘어져 있다.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과 긴 보랏빛 다리는 그림 같은 장면이다. 갯벌에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싱싱한 먹잇감을 찾고 있다.
퍼플교의 총길이는 1,842m로 안좌도 두리~반월도 구간 380m, 반월도~박지도 915m, 박지도~두리 547m이다. 사방이 트여 시원하고, 바닷바람 맞으며 잠시 ‘물멍’해도 좋을 듯 싶다.
먼저 안좌도 두리에서 반월도로 건너면 제일 먼저 대형 토끼 조형물이 반긴다. 마을 이름은 지형이 반월도를 바라보는 옥토끼 같다 하여 토촌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수령 300년 된 팽나무 3그루가 있는 반월도 당숲은 ‘아름다운 숲’에 선정되기도 했다. 어깨산 등산로(1.9km)·해안경관 산책로(2km)도 있으며, 어린왕자의 조형물과 ‘보라꽃 향기정원’이 있어 마치 동화마을에 들어선 듯하다. 특히 아치형 터널로 된 보라꽃 향기정원 속 기념사진은 멋진 한 컷이 된다. 또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원인 ‘뷔’가 만들어낸 말로 일곱빛깔 무지개의 마지막 색처럼 ‘끝까지 함께 사랑하자’는 의미가 담긴 ‘I PUPPLE YOU’ 조형물도 바다와 조화를 이룬다.
반월도에서 박지도를 건너는 구간은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간조 땐 바다의 민낯을 보는 재미도 있다. 곳곳에 쉼터가 마련된 이 구간은 쉬엄쉬엄 걸으면서 바다의 향을 만끽 해 볼 만하다. 박지도 마을이 가까워지자 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트로트와 손님들의 웃음소리에 섬마을의 훈훈한 정감이 든다. 두리 선착장에 도착하면서 세 곳의 섬 여행은 끝을 맺는다.
평일에도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중년의 남녀 단체 그리고 외국인 등 관광객들의 발길은 이어진다. 두리선착장에서 한 푸드트럭 사장은 “요즘은 타 지역의 꽃축제가 많아서인지 다소 영향은 있지만 곧 라벤더 꽃축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드는 퍼플교 걷기는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바다를 보며 걸으면 스트레스도 풀리는 힐링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계절에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글·사진=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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