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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광주시, 5·18 사적지 활용 방안이 없다

by 광주일보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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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보존·정비 중·장기 계획 발표
적십자병원·505보안대 등 32곳
표지석·환경 정비·원형 보존 그쳐
수 천억 예산 확보 ‘산 너머 산’
5월 단체와의 논의도 답보 상태

광주시 동구 불로동 광주적십자병원 전경.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시가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를 보존 및 정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적지에 대해 활용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원형 보존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5·18사적지 보존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17일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광주시는 총 2000억원을 투입해 적십자병원, 홍남순변호사 가옥, 5·18 구 묘역, 505보안대, 국군병원, 광주교도소 6곳을 우선 정비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비 작업을 추진 중인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24개 사적지는 표지석 정비, 환경 정비만 할 방침이다.

광주시 동구 궁동에 있는 고(故) 홍남순 변호사 가옥은 올해 안에 개축 완료해 공개할 예정이다. 총 예산 10억원을 투입해 원형 복원하고 기념관을 조성할 계획으로, 광주시는 이달 초 부지 매입 절차를 마쳐 착공을 앞두고 있다.

다만 나머지 사적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비가 확보되지 않은데다 활용방안 논의를 해야 할 5·18공법단체의 지도부가 정립되지 않아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5·18구묘역 성역화 사업은 10차례 넘는 TF회의에도 사업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당초 광주시는 구묘역을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와 유사하게 성역화해 콘텐츠를 추가, 시민친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광주 지역 시민단체는 “80년 이후 안장한 민족민주열사들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올해는 추경 예산도 안 잡힌 상황이다. 기본 설계는 커녕 기본 계획안도 나오지 않는 상태”라며 “일단 이달 말 5월 단체 임원진이 꾸려지고 나면 다시 논의를 시작해 기본안을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까지 준공 예정이었던 동구 불로동 옛 광주적십자 병원 개축은 착공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활용 방안을 확정짓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광주시는 예산 175억원을 투입해 이곳에 라키비움, 헌혈의 집, 문화예술창작소 등을 설치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정했으나, 활용방안을 결정짓기 위한 TF 회의에서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월 열릴 예정이었던 TF 회의도 5·18 공법단체 지도부 공석으로 무산됐다.

예산 57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서구 화정동 505보안대 역사공원 조성 사업은 지난해 1월 이후 일시 중지됐다.

설계 자체는 지난 2020년 완료했으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er Free) 인증을 받기 위해 엘리베이터와 장애인용 경사로 등을 설치하면서 사적지를 훼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1월 5·18기념사업위원회를 통해 ‘사적지 일부를 변경’하는 안을 승인받았으나, 설계를 마치더라도 다른 사적지 정비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공사가 수년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보완 설계 시점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서구 화정근린공원 일대에 있는 옛 국군광주통합병원은 폐건물 상태 그대로 방치될 전망이다.

이곳 인근에서는 오는 5월 ‘화정근린공원’이 문을 열 예정이나, 광주시는 병원 폐건물에 대한 활용방안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공원이 준공돼도 병원 폐건물에 대해서는 환경 정비만 하고 별다른 원형복원·개축 등 공사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에 예산 1400억원을 들여 조성할 예정이었던 ‘민주·인권기념파크’ 또한 기약없이 미뤄졌다.

이곳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부지 일부에 고층 아파트를 짓고 분양 수익금으로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짓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적지 훼손 논란이 일었다.

광주시는 5·18진상조사위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광주교도소의 역사적 가치를 강조, 기재부 선도사업을 행안부 국비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은 근본적으로 국가가 광주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국가폭력이므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사적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비를 투입해 사적지 정비에 나서 체계적으로 사적지가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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