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희생자 추모’ 발길 잇따라
세월호 참사 후 희생자들이 수습된 팽목항은 10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해 8월 진도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터미널이 팽목항 옆에 새롭게 조성됐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팽목항을 찾은 지난 12일 주말을 앞두고 제주로 떠나는 여행객들은 노란색 리본이 그려진 빨간 등대를 보고 그날의 아픔을 떠올렸다.
제주도로 가는 길에 일부러 진도를 찾았다는 양정숙(여·43)씨는 “여전히 아이들의 죽음에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씨에게 세월호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의 조카는 당시 세월호에 승선할 예정이었다.
그는 “배가 바뀌어 조카가 세월호에 타지 않았다는 소식에 ‘다행이다’고 기뻐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희생 당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참 울었다”며 “그날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또 “이제 10년인데 팽목항에 아무것도 없다. 벌써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며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벤치 앞에 노란 꽃다발을 놓았다.
방파제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는 가족들이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길 기다리며 머물렀던 임시 컨테이너 숙소가 ‘팽목기억관’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팽목기억관 내부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는 문구가 남아있었다.
다8살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정모(여·46)씨는 “덤덤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린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난다”며 “그 사이 나도 엄마가 돼 더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0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국민해양안전관(안전관)이 지난해 12월 완공돼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에 지어진 안전관(지하 1층~지상 2층규모)에는 정식 개장을 한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총 2430여명이 찾았다.
안전관 밖에는 수학여행을 나섰다가 희생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6살 딸 리우양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김승일(39)·김윤지(여·38) 부부는 “아직도 세월호를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딸이 생기고 나니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마음이 더 절절히 느껴진다”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진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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