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전남 민생토론회
고흥 우주산업 클러스터
순천 문화콘텐츠 중심도시 등
전남 산업 적극 지원 약속
30년 숙원 국립의대 큰 기대
14일 전남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지역 숙원 사업인 ‘국립 의대’ 설립을 비롯한 핵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호남이 잘 돼야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 윤 대통령은 전남에서 처음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호남이 잘 돼야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며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정신으로 우리 정부도 전남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발전 필요성에 대한 평소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전남에 한 번 오고 안 올 것도 아니고, 앞으로 민생토론회를 전남에서 또 여러 차례 개최할 것”이라며 “오늘 토론에서 완결짓지 못한 부분들은 계속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진행해 다음번에 올 때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전남 현안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영암에서 광주까지 47km에 이르는 구간에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초(超)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현재 건설 중인 광주~강진 고속도로(51.1km), 예타 중인 강진~완도 고속도로(38.9km) 및 전라선 익산부터 여수 구간(180km) 고속화를 통해 전남 남해안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남의 관광과 미래산업에 큰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서남권 SOC 확충을 위한 대표적 사업으로, 윤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기도 하다.
전남도는 속도 무제한의 신개념 고속도로를 만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및 슈퍼카 실증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 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에 조속히 반영하는 한편, 한국판 아우토반 건설을 위한 별도 설계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대통령은 고흥·경남 사천·대전으로 연결되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 구축사업(전남-발사체, 경남-위성, 대전-연구·인재개발)에 따라 고흥에 민간 발사장과 조립동을 구축하고, 발사체 기술사업화센터를 건립할 것을 약속했다.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적극 추진해 관련 기업들이 편리하게 사업화, 시험평가, 인증 등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전남도는 오는 2031년까지 1조 6000억원을 투입해 민간 발사장 기반 구축, 우주발사체 국가산단과 소·부·장 특화단지, 복합우주센터 조성 등 관련 기반 구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남의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에 대해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광양만권의 경우 이차전지 소재산업 전주기(원료-기초-핵심-재활용) 생태계가 이미 구축돼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외에서 광물을 들여와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전남도는 이같은 점을 들어 원료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이차전지 기회발전특구 및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추가 지정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순천을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 중심 도시로 발전시킬 것을 약속하고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관련 공공기관들의 콘텐츠 제작·투자 유치·유통·홍보 지원 등을 통해 ‘K-디즈니’의 핵심 인프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토론회 참석자가 중국 저인망 쌍끌이 어선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자 윤 대통령은 “전남의 수산자원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큰 선물 받은 것”…30년 숙원 사업=전남도는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윤석열 ‘국립 의대 (신설) 추진’ 입장을 들은 뒤 뜻밖의 희소식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정확한 발언 문구 등을 재차 확인하는 등 분주했다.
국립 의대 설립 문제는 정부가 지난 2월 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려 오는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도 민생토론회 이후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오늘 전남으로서는 굉장히 큰 선물을 받으신 것 같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의대 설립에 대한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답변이 예상치 못한 것이라 복지부 의대 설립 관련 실무 담당자도 참석하지 않아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을 정도였다.
특히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 병원을 이탈하는 전공의들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애초 민생 토론회 안건에서도 빠져 있었던 이슈라 전남도는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선물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영록 전남지사가 “정부가 의대 증원과 관련, (올해를) 의료 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일관적으로 추진한다고 하니 전남도도 적극 뒷받침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정부의 강소병원 중심의 의료체계 개편 정책은 지방실정에 맞는 조치로, 의료체계 개편에 국립 의대가 있어야 완결성을 갖고 작동할 수 있어 전남에 국립 의과대학 신설이 시급하다”고 건의한 이후 이뤄졌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국립 의대 설립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김 지사와 전남도의 노력을 알고 있던 윤 대통령이 이날 김 지사의 자연스러운 건의에 화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지사에 대해 “탁월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하면서 “김영록 전남지사, 김대중 전남 교육감과 함께 전남을 바꾸고 크게 발전시키겠다”고 언급했었다.
한편, 전남도는 이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주요 현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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