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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의료대란 6일째…진료·수술 차질 ‘한계 상황’ 임박

by 광주일보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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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대학병원 응급실 수용 불가 2차 병원이 더 혼잡
전공의들 사직 이어 의대생·전임의들 임용 포기도 잇따라
광주시 동구 학동 전남대 의과대학 명학회관에서 지난 23일 열린 ‘2023학년도 제72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및 동창회 입회식’에서 의대생들이 메달을 받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광주·전남지역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이 6일째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의료현장 곳곳에서 의료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남대, 조선대병원은 수술과 진료 일정을 지속해서 축소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으로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이들 병원이 응급실 수용인원을 줄이면서 2차 병원을 찾아야 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또 전공의 집단행동에 더해 의대생들과 전임의들까지 임용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 올리고 보건부에 검사를 배치해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2차병원이 더 혼잡=의료대란을 맞은 첫 일요일 광주·전남 의료현장에서는 의료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대란 대책으로 응급환자 이외에는 수용불가 방침을 세운 탓에 비교적 간단한 응급처치는 2차 병원 응급실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주말 외래진료가 없는 탓에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의 로비에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부족한 인력에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운영되는 광주·전남 상급병원 응급실에 빈 병상이 늘고 있다.

25일 호흡기가 좋지 않아 2차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92세 환자 A씨는 퇴원 후 다시 문제가 생겨 시술을 받은 2차병원으로 가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응급실이 꽉 차 2차병원을 가지 못한 A씨 가족들은 구급차를 이용해 상급병원인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고 다시 요양병원으로 이동했다.

A씨 가족은 “2차병원은 가득 찼는데 오히려 상급병원 응급실에 빈 침대가 넘쳐난다”면 “환자와 가족들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 지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병원의 응급실이 한산해 보이지만 오히려 업무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수술대란도 심화하고 있다. 상급병원의 마취과 전공의들이 모두 사직하면서 수술 연기가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지역 한 맘카페에는 “다음주에 3개월 동안 기다리던 아이 수술이 잡혀있었는데 어제 밤에 연락와서 마취과가 일을 못해 수술을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아이가 혹시 수술전 감기라도 걸릴까봐 명절에도 노심 초사했는데 연기되는게 말이 되냐”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수술전 사전검사까지 시간 쪼개서 다 받아 수술이 예정돼 있었는데 수술 2일 전 밤10시 넘어서 취소통보를 해왔다”면서 “허무하다”는 사연도 달렸다.

◇수련 임용포기에 전임의 재임용 포기까지 이어져= 전공의 수련 ‘임용 포기’가 이어지고 있고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임의도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25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내달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의 의과대학 졸업생 중 95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다음달 레지던트로 들어올 76명 중 62명의 인턴도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조선대병원의 경우 인턴으로 들어올 졸업생 36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했고 레지던트의 경우 37명의 인턴중 35명이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전임의 재임용 포기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대병원에 현재 근무중인 전임의들이 개원과 재임용 포기 등의 사유를 밝히면서 100명 수준이었던 전임의가 절반수준인 50명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조선대병원에서는 다음달 1일 전임의 1년차 임용 예정자 14명 중 12명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2년차를 맞는 전임의 19명중 15명이 개원을 하기로 해 4명만이 병원에 남기로 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됐던 신입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임용을 포기하고 전임의들까지 현장을 벗어나면 의료현장은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경대치로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표자 확대회의를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정부도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단계로 올리고 집단행동과 관련해 신속한 사법처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검사를 보건복지부에 파견하는 등 연일 강수로 맞서고 있다.

진료 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업무개시(복귀)명령 후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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