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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디로 가지?

[남도 4계] 꽃피는 동백섬, 여수 오동도

by 광주일보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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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동백섬으로 놀러 오세요”
전국 최대 동백나무 군락지, 여수 오동도
봄을 재촉하는 꽃비에 오동도 동백꽃 ‘활짝’

여수 오동도 동백나무숲

봄이 들어서는 입춘(立春)과 개구리가 놀라서 깨는 경칩(驚蟄) 사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이 녹는다는 우수(雨水)를 지나고 나니 괜스레 기분까지 몽글몽글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예년에 비해 온화한 겨울을 보낸 터라 이럴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이른 봄꽃 소식에 개구리 못지않게 놀라는 요즘이다. 가는 겨울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오는 봄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남도 여기저기에서 이른 꽃 소식들이 앞다퉈 전해온다. 그 중 가장 성질 급한 봄꽃은 동백. 어떤 음식이든 원조집이 뭐가 달라도 다르듯 여행도 그렇다. 남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여수 오동도가 동백꽃 원조집이다. 십여 년 전부터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더니 2월의 오동도는 말 그대로 꽃피는 동백섬이 됐다.

남해안에 자리한 항구도시 여수는 누가 뭐라 해도 남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한번 오면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낭만의 도시이면서 다도해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유일하게 맞닿아 있는 곳답게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절경을 품고 있다. 다들 여수를 항구도시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365개의 섬을 품은 섬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섬을 꼽자면 오동도를 들 수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될 만큼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여수 여행의 필수코스이다.

 

오동나무 잎을 닮은 오동도 전경 (여수시 제공)

오동도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여러 전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바로는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섬 안에 오동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특히 이른 봄에는 동백꽃 손님들로 북적인다. 봄의 오동도는 동백꽃을 안 보고 지나가면 서운할 정도로 전국적인 동백꽃 명소이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 군락지로 수백년 된 동백나무부터 십수년 된 어린 나무까지 3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는 2월이면 오동도는 꽃다홍 치마를 입은 새색시처럼 곱고 어여쁘다. 일년에 한 철 열리는 오동도 꽃잔치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게 뻔한 일이다.

 

오동도는 섬이지만 섬이 아니다. 육지와 방파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1935년 일제 강점기 시절에 만들어진 방파제는 육지와 오동도를 768m의 길로 연결하고 있다. 성인 걸음으로 15분 남짓 걸어가는데 남해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 매력이 쏠쏠하다. 오동도까지 가는 방법은 걷기 이외에도 다양하다. 육지와 오동도를 오가는 동백열차는 15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무인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라이딩을 할 수도 있다.

 

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탁 트인 중앙광장과 힘찬 음악분수가 반겨준다. 올록볼록 돌들이 박힌 맨발공원을 거쳐 섬 안쪽으로 들어서면 섬 외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순환산책로가 이어진다. 4km에 달하는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울창한 동백숲과 후박나무 군락지가 펼쳐지는데 이상하게 오동나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전해오는 전설에 따르면 고려 공민왕 시절에 신돈이 여수를 지나가다가 오동도에서 봉황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새로운 왕이 탄생할 것을 염려해 오동도의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냈다고 한다. 오동나무 열매를 좋아하는 봉황이 오동도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 일이지만 결국 고려는 전주 이씨인 이성계 장군에게 멸망하고 말았다. 아쉽게 오동도의 오동나무 숲만 사라진 셈이다.

오동도 순환산책로


오동도의 매력은 해안 절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거친 파도에 맞섰던 흔적이 멋진 해안 절벽으로 남았다. 절벽 틈을 헤집고 길게 이어진 바닷가 동굴은 용이 드나들던 통로라고 해서 용굴로 불리는데 가만히 서서 바람 소리를 들으면 동굴 깊은 곳에 여전히 용이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동도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오르면 하얀색 등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52년에 처음 불빛을 밝힌 오동도 등대는 여수항과 광양항을 드나들던 선박의 길잡이로 지금은 해마다 2백여 만 명이 찾는 오동도의 대표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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