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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디로 가지?

[남도 4계] 고택에서 즐기는 겨울 낭만, 구례 쌍산재

by 광주일보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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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민간 정원 5호, 구례 3대 전통가옥의 기품과 매력
주거 공간에 품은 자연…볼수록 매력적인 ‘시크릿 가든’
겨울 정취 즐기는 호젓한 고택(故宅)으로 시간 여행

쌍산재 겨울 풍경 <구례군 제공>

사계절을 겪어보면 겨울만큼 낭만적인 계절이 없다. 코끝을 시큰하게 얼리는 알싸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여행을 떠난 이들은 알 것이다. 겨울에 홀로 즐기는 여행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은 한 해의 각오를 다지면서 호젓하게 여행을 하기에 적당한 때이다. 기세 좋게 여행 짐을 꾸렸다면 이제 기운 좋은 여행지를 골라볼 차례이다. 남도는 대를 이어 종택을 지켜 온 종갓집이 모여 있는 곳 답게 지역마다 터 좋기로 소문난 곳이 즐비한데 그 가운데 구례 쌍산재는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쌍산재가 자리한 터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에 위치한 상사마을이다. 해주 오씨 집안의 종갓집으로 현재 6대손이 터를 지키며 쌍산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큰 산과 강이 만나는 곳은 두 번 볼 것 없이 명당으로 꼽히는데 상사마을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딱 그곳에 있다. 명당이라서 그런지 쌍산재가 있는 상사마을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장수마을이기도 하다. 

장수마을을 소개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상사마을의 장수 비결은 마을 샘물에 있다. 쌍산재 대문 바로 앞에 마을 샘물인 당몰샘이 있다. 샘물을 에워싼 담장 돌에 새겨진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당몰샘

‘천년 마을에 있는 이슬처럼 달콤하고 영험한 샘'이라니, 어찌 맛보고 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고려시대 이전부터 마을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졌던 당몰샘은 지리산 약초가 녹아내린 샘물답게 맛도 맛이지만 몸에 좋은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말 그대로 약수이다. 

과거 호열자(콜레라)병이 전국을 휩쓸었을 때에도 마을 주민은 아무도 해를 입지 않고 무탈하였다고 한다. 겨울에도 물이 잘 얼지 않고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아서 일 년 365일 언제나 전국에서 약수를 마시러 온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쌍산재의 특별함은 집의 외양에서도 드러난다. 조선시대 고택이라고 하면 으레 아흔아홉 칸짜리 고래등 기와집을 상상하기 쉽지만 구례에서 만난 쌍산재는 다르다. 고개를 한껏 치켜들어야 한눈에 들어오는 웅장한 솟을대문도 없이 좁다란 계단으로 이어진 작은 대문을 통과하면 그만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고 해도 상상 속 대갓집은 찾아 볼 수 없다. 아흔아홉 칸은커녕 집 안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크지 않지만 기품 넘치는 별채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집안 전체를 한눈에 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쌍산재는 사람을 압도하는 으리으리함 대신에 터의 생김새대로 집을 짓고 가꾼 덕에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넘친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보지 않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둘러볼수록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호서정

대문 옆 행랑채와 사랑채를 지나면 좁다란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푸른 대숲이 기다리고 있다. 

대숲 사이에 지은 ‘호서정’은 작은 방과 마루가 맞붙어 있는 작은 정자로 대숲 일렁이는 소리를 벗 삼아 지리산 능선과 상사마을 들녘을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쉼터이자 전망대가 돼 준다. 

‘호서정’을 뒤로 하고 다시 대숲 길을 오르면 그 길 끝에 너른 잔디밭 정원을 품은 서당채를 만날 수 있다. 한 겨울에도 매서운 바람이 들이치지 않고 햇살 한줌까지 오롯이 받아내는 마당과 작은 정원이 있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특히 겨울과 봄 사이에 서당채의 매력은 빛을 발하는데, 그 이유는 서당채 바로 앞이 동백나무 정원이기 때문이다. 서당채 마루에 앉아서 때 이른 동백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걱정 하나 없이 힐링되는 기분이다.

 

쌍산재 서당채에는 숨겨진 매력이 하나 더 있다. 툇마루에서 이어진 작은 오솔길 끝에 경암당 옆 작은 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문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혹시나 했던 일은 대부분 역시나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이 문은 방문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문이 열리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선 것처럼 그곳에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아름다운 사도 저수지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철 푸른 숲을 배경으로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잔잔한 윤슬이 보석보다 더 빛나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다. 진짜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이 이곳을 보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듯 구례 쌍산재가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고택의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데 있다. 6대째 종갓집을 지켜 온 후손들이 고택의 매력을 나누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쌍산재 마당

크고 작은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세월이 되고 기억이 되는 건 집이나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사 모든 것이 타이밍이고 리듬감이 있어야 한다. 빠르게 달리다가도 잠시 쉬어가야 할 때가 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이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길고 이제 겨우 1월이지 않은가. 잠시 일상의 쉼표를 찍고 기운 좋은 터에서 겨울의 낭만을 즐겨보자.

/글·사진=정지효 작가 1018hyoh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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