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광주예술의전당 3·1절 공연
고전무용·시낭송·댄스·연극 등
만해 한용운 시 예술로 재해석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만해(萬海)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읽고 있으면 시난고난한 민족사 속에서도 해방을 희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만해의 시를 통해 한민족의 수난사를 돌아보고 결기를 다지는 공연이 펼쳐진다. 광주필하모닉오케스트라(경기광주필)가 ‘3·1절 기념 한용운이 부르는 님의 침묵’을 오는 25일 오후 7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연다. 시대적 아픔에 정면으로 응수했던 저항시인 한용운의 작품에 오케스트라와 고전무용, 시낭송과 댄스, 연극 등을 접목한 종합 예술의 성격을 띈다.
공연은 박종선 시낭송가가 ‘님의 침묵’을 낭송하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경기광주필이 시벨리우스의 ‘즉흥곡’, ‘핀란디아 서곡’을 배경음악으로 연주한다. 만해가 활동했던 시기 핀란드도 러시아의 압제 하에 놓여 있었다. 작곡가 시벨리우스 또한 자신의 조국 독립을 위해 음악혼을 불태웠다.
한용운의 삶과 문학관을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민족대표 33인으로 활동할 당시 독립 투쟁의 일환으로 창작한 주옥 같은 시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만해의 문학과 인생이 소개되는 시간에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Op.72. 2번’이 울려퍼질 예정이다. 독립군을 모티브로 한 영화 ‘밀정’에서 OST로 사용돼 민족적 정서를 환기한 바 있다.
김연준의 가곡 ‘비가’와 채동선의 ‘고향’은 서울대 성악과와 파리 에꼴노르말 디플롬, 이탈리아 밀라노베르디 콘서바토리 등을 졸업한 소프라노 변지영이 들려준다.
만해가 쓴 ‘알 수 없어요’를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연주하며 낭독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스크린에 시 원문을 띄워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시간이다. 또 중앙대 및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과를 졸업한 테너 최용호는 김동진의 ‘가고파’,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를 선사한다.
현대무용과 전통무용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황병기의 ‘침향무’, ‘3·1 운동’ 등의 곡은 댄서 서승현의 비보잉과 어우러진다. 서울예전 공연예술학부를 졸업한 서 씨는 중국 상하이,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지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한용운의 대표작 ‘나룻배와 행인’, ‘당신을 보았습니다’는 도살풀이 및 승무 전수자 정은선 무용가의 춤사위에 실려 구현된다. 흰 저고리와 소복 차림으로 오케스트라 악단 앞에서 펼치는 전통 무용은, 일제강점기의 한을 ‘몸의 언어’로 승화시키는 느낌을 준다.
이밖에 테너 최용호와 파발극회 단원들이 함께 들려주는 ‘독립 군가’,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은 당대 독립 투쟁과 민중의 아픔을 담고 있어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1812년 서곡’은 1812년 러시아가 프랑스의 60만 대공에 침략당했던 비극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영화 ‘영웅’ 등에 삽입돼 대중에게 익숙하다.
경기광주필 김기원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3·1절 105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인 만해 한용운을 모티브로 펼쳐진다”며 “만해의 시를 오케스트라로 빚어낸 콜라보 무대는 국권을 상실한 시대 독립 투쟁을 환기했던 만해의 삶과 정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석 무료.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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