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전공 25%’ 모집 사립대 최고 9억원 지원금
“인기학과 몰릴까 우려”… “대학 개혁 달성 기회로”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에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광주·전남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가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부터 대학의 무전공 모집 비율에 따라 재정 지원에 차등을 두는 방침을 확정했다. 올해 입시에서 ‘무전공 25% 모집’을 실시하는 사립대라면 정부 지원금을 많게는 9억원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내용은 교육부의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에 담겼다.
무전공 선발은 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 들어간 뒤 2학년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생 입장에서는 전공 선택권을 보장받는 효과가 있고, 대학은 시대나 기술 변화에 맞게 새로운 전공을 도입하거나 융합 학문 전공을 개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첨단 분야에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데 지금 대학의 경직된 학사 구조로는 그런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대다수 학생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충분한 탐색 기회나 시간도 없이 고교 내신등급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가 거점 국립대·국가 중심 국립대, 사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무전공 입학생 확대를 재정지원과 연계한 만큼, 오랜 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온 대학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쫓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남대는 TF를 구성해 무전공 선발 도입 시기, 학생 선발규모, 학과간 유·불리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무전공 입학의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좁은 취업문을 상대적으로 뚫기 용이한 전공에 학생들이 과도하게 쏠리면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위기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남대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도 학과별로 입장이 많이 다른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단적인 예로 기초학문 등 보호해야할 학과를 고려해야 하고 구성원들의 여론도 수렴해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라고 말했다. 이어 “전남대는 현재도 제한적으로 소수지만 자율전공학부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노하우와 장·단점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은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선정과도 밀접한 사안이어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각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서는 학교들이 앞다퉈 무전공 입학생 확대를 과제로 내세웠다.
조선대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컬 사업에 공모했을 때도 학과간 벽허물기 등 사실상 무전공 추진 방침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무전공’, ‘학문·학과 간 벽 허물기’는 글로컬 사업의 핵심 현안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남대와 조선대의 경우 80여개 학과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전공 선발은 자칫 특정 학과에 대한 살생부가 될 수 있다. 상경계열이나 컴퓨터공학과 등 이른바 취업에 유리한 ‘인기 학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의 무전공 확대 방침을 대학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대학도 있다.
동신대 관계자는 “무전공 확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학 개혁을 달성하고 학교의 발전과 연계시킬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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