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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세계한글작가대회’서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특별강연
문인·시민 등 전국서 400여명 참석
제주4·3 모티브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역사 속의 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역사 속의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행위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행위라 할 수 있어요.”
한강 작가가 15일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 세계와 인간의 본질 등에 대해 강연했다.
국제PEN한국본부가 주최하고 광주지역위원회가 행사를 진행하는 이번 작가대회는 국제적인 문학 행사다.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를 주제로 17일까지 광주문학관을 비롯해 김대중컨벤션센터, 전남대학교 민주마루 등에서 진행된다.
얼마 전 한 소설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강연장에는 전국에서 온 문인을 비롯해 시민들, 관계자들 400여 명이 참석했다.
특별 강연에 나선 한 작가는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 장편소설을 함께 쓴다는 것’을 주제로 단상을 풀어냈다. 그의 작품은 시적인 문체와 시적인 상황 등이 녹아 있어 어떤 장르에 담아내든 하나의 시로 다가오는 게 특징이다.
이를 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꼭 시적인 문장을 쓰기보다 장면들 속에 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장편소설 속에도 시가 들어 있고 단편소설에도 마찬가지죠.”
그러면서 한강 작가는 소설 쓰기와 그 전제 조건인 인간을 알아가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며 “결국은 인간의 폭력 반대편에 서겠다는 궁극적인 행위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소년이 온다’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과정 등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소설은 80년 5월 18일부터 10일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한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 정도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증언집을 읽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적인 파편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매개로 한 이야기도 꺼냈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완성한 이후 어떤 꿈을 꾸었다고 한다.
“들판을 걷고 있었는데, 밑둥만 남은 나무들이 보였고 나무 뒤편마다 무덤의 봉분이 보였어요. 인공적인 조형물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 방치된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운동화에 자작자작 물이 흘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바다가 바로 근처에 있었어요. ‘저 바다로 인해 봉분도 쓸려가고 뼈들도 다 쓸려 갈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왜 이곳에 무덤을 썼을까, 그리고 하루 빨리 저 봉분들을 옮겨야 할 텐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꿈을 꾸고 난 후 한 작가는 다음의 이야기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의외로 시간은 길었다. 이어 그는 드로잉 작품 가운데 손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아이슬란드의 묘지 비석에 그려진 맞잡은 손 그림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았다.
그림들을 통해 “아, 작별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며 “그것은 달리 말하면 이별을 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별을 행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2018년부터 2019년 제주에 방을 얻어놓고, 서울과 오가며 작품을 구상하는 등 창작에 돌입했다.
그는 “제주는 거대한 학살의 공간이며, 이 학살은 제주의 역사학을 넘어 인류가 자행해온 학살들과 연계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8년 초에는 동료 작가와 바다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강연을 끝내며 한 작가는 분명하게 말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대주제인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에 가장 부합하는 발언으로 다가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한강 작가가 15일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 세계와 인간의 본질 등에 대해 강연했다.
국제PEN한국본부가 주최하고 광주지역위원회가 행사를 진행하는 이번 작가대회는 국제적인 문학 행사다.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를 주제로 17일까지 광주문학관을 비롯해 김대중컨벤션센터, 전남대학교 민주마루 등에서 진행된다.
얼마 전 한 소설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강연장에는 전국에서 온 문인을 비롯해 시민들, 관계자들 400여 명이 참석했다.
특별 강연에 나선 한 작가는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 장편소설을 함께 쓴다는 것’을 주제로 단상을 풀어냈다. 그의 작품은 시적인 문체와 시적인 상황 등이 녹아 있어 어떤 장르에 담아내든 하나의 시로 다가오는 게 특징이다.
이를 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꼭 시적인 문장을 쓰기보다 장면들 속에 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장편소설 속에도 시가 들어 있고 단편소설에도 마찬가지죠.”
그러면서 한강 작가는 소설 쓰기와 그 전제 조건인 인간을 알아가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며 “결국은 인간의 폭력 반대편에 서겠다는 궁극적인 행위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소년이 온다’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과정 등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소설은 80년 5월 18일부터 10일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한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 정도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증언집을 읽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적인 파편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매개로 한 이야기도 꺼냈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완성한 이후 어떤 꿈을 꾸었다고 한다.
“들판을 걷고 있었는데, 밑둥만 남은 나무들이 보였고 나무 뒤편마다 무덤의 봉분이 보였어요. 인공적인 조형물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 방치된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운동화에 자작자작 물이 흘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바다가 바로 근처에 있었어요. ‘저 바다로 인해 봉분도 쓸려가고 뼈들도 다 쓸려 갈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왜 이곳에 무덤을 썼을까, 그리고 하루 빨리 저 봉분들을 옮겨야 할 텐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꿈을 꾸고 난 후 한 작가는 다음의 이야기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의외로 시간은 길었다. 이어 그는 드로잉 작품 가운데 손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아이슬란드의 묘지 비석에 그려진 맞잡은 손 그림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았다.
그림들을 통해 “아, 작별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며 “그것은 달리 말하면 이별을 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별을 행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2018년부터 2019년 제주에 방을 얻어놓고, 서울과 오가며 작품을 구상하는 등 창작에 돌입했다.
그는 “제주는 거대한 학살의 공간이며, 이 학살은 제주의 역사학을 넘어 인류가 자행해온 학살들과 연계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8년 초에는 동료 작가와 바다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강연을 끝내며 한 작가는 분명하게 말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대주제인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에 가장 부합하는 발언으로 다가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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