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오페라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1일 선봬
푸치니 3대 오페라 중 하나... 찬미곡 '테 데움' 등 관객 ‘압도’
스크린에 떠오른 성 안드레아 성당 내벽은 굽어 있어 사뭇 인상적이었다. 성화(聖畵)를 그리던 주인공 ‘카바라도시’의 평탄하지 않은 운명을 암시하는 듯 했다.
무대 곳곳에 수 놓인 성자들의 프레스코(석회와 모래를 섞은 그림)는 성결했지만 어딘가 ‘불안’한 느낌을 자아냈다. 교황과 성직자들이 합창할 때도 왠지 모를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떤 기도도 비탄의 운명 앞에서 소용 없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지난 1일 저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선보인 ‘콘체르탄테-토스카’는 격정, 비정, 열정이라는 세 단어로 대변될 만한 작품이었다.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비극적 수작을 오케스트라 협주곡 형식인 ‘콘체르탄테’로 선보였으며, 악곡과 서사가 충실히 재현된 느낌이었다.
작품의 배경은 1800년 6월 17일 단 하루. 가공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프랑스혁명 이후 로마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치정극’ 형식으로 표현했다. 작중 성당 화가 카바라도시(테너)와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바리톤)의 대결이 혁명파와 군주제 옹호론자의 경합으로 읽혔다.
검은 눈의 여인 토스카(소프라노)를 두고 경쟁하는 카바라도시와 스카르피아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드라마틱한 서사는 푸치니의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시립오페라단의 레퍼토리를 가미해 이채로웠다.
아름다운 토스카를 떠올리는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와 장엄한 찬미곡 ‘테 데움’이 울려 퍼질 때는 성스러운 분위기가 객석을 압도했다. 극한의 고통을 묘사하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흘러 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푸치니는 생전 ‘예술은 일종의 병이다’고 언급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남달랐다. 무대에 사용되는 종소리와 성가대의 무대 장식 등을 직접 점검할 만큼 디테일했다.
이날 공연은 원작에 등장하는 고문실, 파르네제 궁, 모든 인물의 죽음 등을 철저히 극화해 ‘토스카’에 반영했다. 그러면서 푸치니의 병적 고뇌를 퇴폐적 아름다움으로 그려 관객들에게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예술감독과 연출은 김지영이 맡았다. 지휘는 최승한, 이준(합창)이, 토스카 역에 김라희가 출연했다. 카바라도시 역에 이다윗, 스카르피아에 김성국, 성당지기는 김형준 등이 출연했다. 또 광주시립합창단과 클랑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줬다.
아울러 광주CBS소년소녀합창단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어린이 성가대는 간단한 안무와 목소리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의 실수로 유발된 비극을 ‘하마르티아’라고 정의한 이를 가장 훌륭한 비극이라고 칭했다.
그런 관점에 따르면 토스카야말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토스카에게 악한 ‘의도’는 없었지만 한 순간의 실수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초래했기 때문, 그녀는 실수와 욕망, 엇갈린 사랑으로 안젤로티, 스카르피아, 카바라도시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결국 그녀는 성벽에서 투신하는 것으로 자신의 죄를 참회한다.
깊어가는 가을, 한번쯤 우리를 사유하게 하는 ‘비극’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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