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취업·결혼 등 잔소리 스트레스 탓”
고액 명절알바에 시댁 갈등문제도 한몫
민족대명절인 추석 온 가족이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매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며 ‘힐링’이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점차 느는 것이 명절에 고향을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시댁, 추석, 스트레스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에는 ‘고향 가기 싫다’, ‘이번엔 무슨 잔소리를 하려나?’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 거주하는 이수현(여·16)씨는 “지난해까지는 명절에 고향인 전주를 방문하는 일에 거부감이 없었지만 올해 초 설날 큰집에 갔더니 학교성적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받았다”며 “추석이지만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큰이모의 ‘고등학교 올라가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도화선이 돼 일가족 모두가 장래희망, 지난학기 성적 등을 물어봤다”며 “올해 추석 큰집에 가면 성적 물어볼 것이 뻔한데 1학기 성적이 좋지 못해 큰집 가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례들이 빈번하다보니 지난 2017년에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명절에 성적, 취업, 저축, 결혼, 출산 등의 잔소리를 할 거면 돈을 내고 해달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잔소리 메뉴판’이 퍼져 올해까지도 매년 명절이 찾아오면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유행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시댁 갈등 문제도 한 몫하고 있다.
나주시 영산동에 거주하는 김모(여·35)씨는 지난주 남편과 올해 추석연휴 계획을 세우는 중 일정 조율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등 가정불화가 생겼다.
결혼 5년차인 김씨는 결혼 직후부터 매년 명절연휴 첫날 서울에 있는 시댁을 방문해 차례 준비를 도왔지만 올해 초 설날 시댁 식구들의 “어머님이 혼자 장 보기가 어려우니 다음엔 하루만 더 일찍 와달라”는 요구에 갈등을 겪었다.
김씨는 “명절마다 스트레스를 받느니 연휴를 반납하고 출근하는게 낫겠다”고 토로했다.
고물가에 고가의 명절알바를 하기 위해 고향을 가지 않겠다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안태환(29)씨는 “추석연휴에 알바를 하면 평소보다 많은 알바비를 받을 수 있다”면서 “명절에 고향을 의무적으로 가기보다는 평소에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는게 더 낫지 않냐”고 웃어보였다.
한편 올해 초 취업정보 포털 ‘인크루트’ 통계에 따르면 ‘명절 스트레스 지수’에 대해 회원 8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매우 높다 ’(15.4%), ‘약간 높다’(25.1%)로 10명 중 4명은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중 잔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12.2%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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