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사라진 전남 농가 “냉해·긴 장마에 농사 망쳐” 한숨
수확한 과일도 상품성 낮아 제값 못받아…전남도, 대책 분주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과일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전남 과수농가들은 팔 과일이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이상기후와 냉해, 긴 장마기간이 겹친 탓에 사실상 수확할 과일이 없는 실정이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냉해가 발생한 전남지역 과수농가는 7604호(83.1%)로 피해면적이 4390㏊(88.6%)에 달한다. 이어 6월부터 7월까지 지속된 장마에는 전남지역 과수농가 1217호(13.3%)에서 451㏊(9.1%)가 피해를 봤다.
흉작에 따른 수확물량 부족으로 배와 사과 등 과일 값은 치솟고 있다. 지난해 2만 5000원이던 나주배(7.5㎏ 기준)가 올해는 4만원으로 올랐고, 사과도 지난해 5㎏에 2만원이었으나 올 현재 3배인 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광주·전남 농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추석연휴를 맞아 선물, 차례 등의 용도로 배, 사과(홍로) 등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나주시 금천면에서 55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김시호(71)씨는 “최근 수확을 마쳤지만 팔 수 있는 배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평균 배 수확량은 9만여개를 넘겼지만 올해는 최종 수확량이 4만3000여개에 그쳤다.
올 봄 냉해로 서리를 맞은 대부분의 배가 기형적으로 자랐고, 장마와 태풍으로 배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이파리들이 떨어져 상품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몇 년 사이 농사에 치명적인 최악의 환경으로 변했다”며 “피해를 줄이려고 영양제를 놓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피해가 지속되면 배 농사를 접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1년째 장성군 북일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기대(52)씨는 1년간 공들인 사과의 80%를 땅에 묻어야 했다. 올해 장마, 태풍으로 많은 사과가 낙과한데 이어 과일이 썩는 탄저병이 유행해 대부분 팔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년 15㎏짜리 상자 4000개 분량 홍로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800상자만 수확했다”고 말했다.
1년 내내 이상기후가 이어지며 제대로 된 과실이 맺히지 않았고 그나마 수확한 과일도 품질이 떨어져 제 값에 판매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영하 3도에 달하는 냉해가 이어져 착과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4~5월 사이에 우박, 국지성 호우가 내렸고 지난 6월에는 광주·전남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장마가 시작됐다.
또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릴 뿐만 아니라 햇볕이 든 날이 유독 적어 과실이 제대로 열리기도 전에 낙과하거나 과실 일부가 썩는 탄저병이 심화돼 더 큰 피해를 불러왔다.
전남도에서는 전남지역 과수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전남도는 농업기술원과 협조해 피해 작물별 생육 회복 방안 기술을 제공하는가 하면 직접보상으로 피해농가 9150호에 농약대금, 생계비 등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27억 1800만원을 지급하고 간접보상으로 학자금 면제, 농업정책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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