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에서 플루오로퀴놀론까지…항생제 개발의 역사
다음은 무엇과 관련된 것일까. 많은 생명을 살리며 노벨상 영광에 빛난다. 또한 놀라운 과학적 발전을 이루고 세상을 바꾸었다. 바로 항생제다. 예전 같으면 안타깝게 죽을 수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수도 있었지만 항생제의 발견으로 인류는 그 같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됐다.
사람들은 위대한 과학자로 아인슈타인, 뉴턴, 다윈 등을 꼽는다. 물론 맞다. 그들의 위대함과 업적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생명을 살리거나, 장애를 벗어나게 해 준 항생제를 발견한 이들의 이름은 거의 알지 못한다.
다음에 열거하는 이들은 항생제에 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다. 알렉산더 플레밍, 파울 에를리히, 게르하르트 도마크, 하워드 플로리, 언스트 체인, 도러시 호지킨 등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영예인 노벨상을 수상했다.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은 항생제 개발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페니실린에서 플루오로퀴놀론까지 항생제를 개발했던 이들과 그들의 업적을 소환한다. 저자는 성균관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를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관수 박사다.
저자는 “들판에는 커다란 나무도 있고 화려한 꽃도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작은 꽃들이 있고, 이른바 잡초라 불리는 식물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며 “누군가는 화려한 꽃을 찍어 사진으로 보관하겠지만, 나는 밝게 빛나는 그 꽃 주변의 고요하면서도 치열하고, 넉넉하면서도 치사한 풍경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항생제의 효능은 침입한 세균을 골라 죽이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몸은 그대로 놔두고 외부의 미생물만 골라 죽이는 것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찾아낸 1928년부터 수많은 항생제가 발견됐다. 그 하나하나의 과정에는 지난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저자는 알렉산더 플레밍의 업적 뒤에 가려진 푸른곰팡이를 연구했던 에르네스트 뒤셴의 공도 기억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생제는 세팔로스포린 계열이다.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세기 초 장티푸스가 유행했다. 장티푸스에 걸리면 고열은 물론 설사와 복통 증세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의사와 과학자들이 원인을 찾으려 애썼지만 딱히 방법을 찾을 길이 없었다. 이들 가운데 바다에 버려지는 폐수와 하수를 유심히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과학자 주세페 브로츠였다. 그는 도시 하수가 버려지는 폐수에는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수구 근처 곰팡이가 살모넬라균을 모두 죽여버린다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2차대전에서 패한 이탈리아는 연구를 지속할 수 없었다. 영국군 의사는 소식을 듣고 옥스퍼드의 페니실린 팀에 샘플을 보냈고 놀라운 약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쏟아져 나오던 항생제는 이후부터는 빙하기를 맞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5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발견됐거나 이때 개발된 항생제를 변형한 것이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으면서 비롯된 문제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항생제 내성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오닐의 보고서는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내성 세균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바뀌길 기대하면서 한편으론 병을 고치는 데 필요하다고 의사가 처방한 만큼의 항생제는 먹어야 한다고 부연한다.
저자는 “과학에 기여한 더 많은 과학자가 과학의 역사에 기록되고 기억되고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역사는 몇몇 스타 과학자의 영웅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약한 수많은 과학자와 주변의 온갖 사람들이 얽혀 있는 다채롭고, 일상적이고, 연속적인 이야기일 때 한층 더 실제에 가깝고 가치 있는 역사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계단·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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