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이 정도일 줄은…자영업자 시름 깊어간다

광주 20평 고깃집 7월 전기료 132만원…전년대비 50% 껑충
휴가철 겹쳐 매출 곤두박질 “소상공인 체감 에너지 대책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전기요금이 작년보다 50%나 더 나왔어요. 장마 때 손님이 뜸하더니, 이젠 폭염 때문에 아예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이러다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광주시 광산구 흑석동에서 약 66㎡(20평) 규모의 한우고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3)씨는 최근 한국전력으로부터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랐다. 고지서 적힌 청구요금이 132만125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16일까지 사용한 전력사용량은 4717㎾h. 지난해 9월엔 이보다 많은 4816㎾h 사용하고도 전기요금이 88만710원이 나왔는데, 올해는 이보다 적게 쓰고도 1.5배 더 많은 요금이 나온 것이다.

그는 “전기요금이 6월부터 인상 적용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요금 폭탄’을 맞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올 여름은 유독 더워 최근 에어컨 사용량이 많았는데, 다음 달 요금은 얼마나 더 나올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불판 위에 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 열기로 인해 실내온도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전기료를 아끼자고 에어컨 사용을 줄이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는 데다, 단골손님마저 잃을 수 있다고 한다.

김씨는 “무더위로 불 앞에서 고기를 먹는 손님이 줄고 휴가철까지 겹쳐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식재료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냉방비 부담마저 커져 이러다간 본전도 못 건지겠다”고 울먹였다.

광주시 북구 삼각동에서 330㎡(100평) 규모의 반려동물 용품점을 운영 중인 박모(32)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박씨는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에어컨 사용량을 줄였는데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요금을 청구받아 충격을 받았다.

그가 한달(6월 17일~7월 16일)간 사용한 전력량은 5120㎾h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906㎾h를 사용해 99만8920원의 요금이 나왔다. 올해는 작년보다 사용량을 13%나 줄였는데도 106만40원이 나오는 등 요금은 오히려 6% 넘게 더 나왔다고 한다.

박씨는 “날씨가 더워지자 손님들 발길이 줄었다. 손님이 없어 에어컨 가동을 줄이려고 해도 간혹 찾아오는 손님들이 ‘덥다’면서 불만을 표출한다”며 “무더위로 매출이 줄다 보니 전기요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례적인 폭염 속에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예견됐던 ‘전기료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지역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일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2분기까지 5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올랐다. 해당 기간 전기요금은 ㎾h당 총 40.4원이 올라 인상률이 39.6%에 달한다.

특히 호남지방통계청의 ‘7월 광주·전남 소비자물가지수’ 자료를 봐도 지난달 광주의 생활물가 중 전기료는 전년 대비 20.5%나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지역 역시 전기료 물가 상승률이 25%에 달하는 등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장마가 끝난 뒤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날씨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뛰어 고정비 지출이 늘어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지역경제계의 분석이다.

냉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전은 7~8월에 한해 누진구간 상한선을 높이고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요금을 차감해 주는 ‘에너지캐시백’도 진행 중이지만, ‘주택 전용(주거용)’에만 해당해 자영업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물러설 곳 없는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해 정부를 상대로 지원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불볕더위에 소상공인의 ‘냉방비 폭탄’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소공연은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하는 ‘에너지 지원 법제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통한 ‘소상공인 전용 요금제 신설’ 등 체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하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상승했고, 이 기간 인상률은 39.6%에 달한다”며 “소상공인에게는 냉방비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즉시 요금할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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