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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외국인노동자 일당 11만원 이하’…나주시의회 현수막 내건 까닭은?

by 광주일보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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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8만~9만원 하던 일당
13~15만원 급증에 적정임금 정해
배 농가들 “숨통 트인다” 일제 환영
고용주간 담합 비춰질 수 있어 논란
노동계 “임금 불만에 일터 벗어나면 불법체류자 양성 초래할 수도” 우려

12일 나주시 빛가람동 도로에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하루 11만원 이하로 지급할 것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독자 제공>

나주시 일대에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11만원 이하로 지급해 달라’는 현수막이 게시돼 이목을 끌고 있다.

현수막은 나주시의회와 의원연구단체 ‘농촌 외국인근로자 도입을 위한 연구회’, 나주배원예농협 등 이름으로 게시됐으며, 지난 10일 이후 나주시 20개 읍·면·동 전역에 내걸렸다.

이들 단체는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된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한도를 정하겠다며 현수막을 내걸었다.

농민들은 당장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자 양성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수막을 제작한 나주시의회는 “얼마전 개최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건비 적정 기준 방안 마련’을 위한 의정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내린 결론이 외국인 적정임금은 11만원이다”고 12일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나주시 일대 농가 인건비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농가 부담이 커진데 대한 조치라는 것이 나주시 의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최근 나주시 농민들에게 “올해는 배 솎음이나 기타 농사일은 11만원 이하에 하기로 협의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나주시 농민들은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수직상승해 농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하루 8~9만원대였던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지난해 13~15만원까지 뛰었다는 것이다.

특히 배 농사는 5월에 손이 많이 가는 ‘열매 솎아내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짧은 기간에 인력이 많이 필요해 웃돈을 주고도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어져 인건비가 수직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당장 일손이 부족해 웃돈을 주고 직원을 고용하려 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더 많이 주는 농가만 찾아다니고, 인력사무소도 부족한 인력을 채우느라 날이 갈수록 인건비 가격을 높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나주시의회는 최문환 나주시의원 주도로 지난해 7월부터 ‘농촌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위한 연구회’를 운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 의원은 “법이나 조례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농가와 인력사무소에 적정 임금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 뿐이다”며 “지역 농가와 인력사무소, 외국인 근로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농민들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나주시 배 농가에서도 “숨통이 트인다”며 일제히 환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주시 금천면에서 2만여㎡(6000여평) 부지에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김재용(52)씨는 “코로나 이후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과 과도한 인건비로 큰 피해를 입고 있었는데,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6000여평 부지에서 배 농사를 지으려면 해마다 연인원 500여명이 필요한데, 일당 1만원이 오를 때마다 연간 500만원씩 추가 지출이 나는 셈이다”며 “실제로 코로나 이전까지 해마다 3000여만원 나가던 인건비가 지난 2년간 5000여만원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농민 김진호(51)씨 또한 “금천면에서 6만 6000여㎡(2만여평) 규모의 배농사를 짓고 있는데, 지난 2년간은 인건비가 폭등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해마다 지출하는 경영 비용 중 인건비 비율이 50% 가까이 차지할 정도였다”며 “농번기를 앞두고 적기에 적정 임금을 11만원으로 한다는 말이 공론화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자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고용주끼리 임금을 ‘담합’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업주 동의 없이 일터를 옮기기 힘든 등록 외국인근로자 등은 울며 겨자먹기로 폭락한 임금을 받고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급락한 임금에 불만을 갖게 돼 일터를 벗어날 경우 ‘불법체류자’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관희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노무사는 “노동 임금은 시장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데, 이를 시의회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낮춘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별다른 법적 근거도 없이 사용자들 간 담합을 하고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춘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노사 계약 관계를 시의회 차원에서 개입해서도 안 되고, 강제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근로 지역을 옮기기 힘들고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이주노동자들은 일방적인 임금 하락 피해를 받게 되므로 이들을 보호할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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