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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문순태 작가 “홍어는 전라도 정체성 깃든 음식이죠”

by 광주일보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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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홍어’ 발간
“삭힘은 썩는 것 아닌 거듭남 의미
홍어의 정서·미학 되새겼으면”
다음달 14일 영산포서 출판회

담양 생오지 ‘문학의 집’에서 포즈를 취한 문순태 소설가.

문순태 소설가(84)는 ‘가장 전라도적인 작가’다. 전라도의 한(恨)을 오랫동안 천착해 미학으로 승화시켰던 우리시대 남도가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웅숭깊은 전라도 정서와 맛깔스러운 남도 언어를 매개로 민중의 삶 속에 드리워진 아픔을 탄탄한 서사로 형상화했다. ‘징소리’, ‘철쭉제’, ‘백제의 미소’, ‘타오르는 강’(대하소설)은 남도를 배경으로 그려냈던 가장 전라도적인 작품이다.

문순태 소설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홍어’다. 그를 취재할 때 또는 일상에서 만났을 때, 작가는 홍어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홍어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전라도의 정체성이 깃든 음식”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 작가에게 홍어는 복합적인 의미와 상징이 결부된 ‘전라도 그 자체’였다.

문 작가가 최근 홍어를 모티브로 시집을 펴내 눈길을 끈다.

모두 100여 편의 작품이 담긴 ‘홍어’(문학들)는 홍어 예찬이자 종합적인 홍어 인문학서라 해도 무방하다.

“어렸을 때부터 홍어를 좋아했습니다. 식탁에 홍어가 안 떨어질 만큼 즐겨 먹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홍어 맛은 깊이를 더하는 것 같아요.”

홍어를 주재료로 한 음식의 가짓수도 많다. 홍어삼합을 비롯해 무침, 탕, 전, 튀김, 건홍어, 생회 등이 있다. 그뿐인가. 퓨전요리, 찜, 불고기삼합도 빼놓을 수 없다. 문 작가에 따르면 “껍질로도 묵을 쒀서 먹을 수 있고 라면에 홍어를 넣어 끓여먹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홍어 셰프’라도 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작가는 “지난 3년 코로나로 집에 붙박혀 지낼 때 홍어도 많이 먹고 관련 시도 썼다”며 웃었다.

그가 홍어 시집을 발간하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잊을 만 하면 소환되는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비하 발언을 들을 때면 “홍어의 맛은 둘째 치고 홍어에 내재된 전라도적인 정서와 미학을 시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작품들을 읽고 나면 문 작가가 왜 홍어를 그토록 좋아하는지, 왜 홍어를 전체 시집의 모티브로 삼았는지 이해가 간다.

특히 부레가 없는 홍어를 낮은 땅에 엎드린 민초에 빗댄 표현과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홍어 숙성과정을 한의 미학으로 승화한 비유는 절로 수긍이 간다.

“너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 비린내 나는 물고기가 아니다/ 짓밟힌 민초들의 울부짖음”, “오래 삭힐수록 더 날카롭게/ 되살아나는”, “전라도의 힘”은 남도와 홍어의 친연성을 그만의 어법으로 풀어낸 절창이다.

그러나 가장 압권이면서 오랜 울림을 주는 작품은 작가 자신을 홍어에 동일시한 시다. ‘내 몸에서 홍어 냄새가 난다’라는 시는 작가의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작품론적인 관점에서 궁구할 수 있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아내는 내가 늙어 갈수록/ 홍어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 풍진 세상 너무 오래 살아/ 어느덧 발효가 시작된 걸까/ 떠날 시간 다가온 걸까/ 낙엽으로 바스라기 전/ 외로운 여정 끝나고 나면/ 향기 품을 수 있을까/ 이 몸 발효되고 나면/ 또 다른 내일 꿈꿀 수 있을까”

또한 이번 시집에는 영산포를 형상화한 11편의 작품도 수록돼 있다. 홍어집산지이며 홍어거리가 있는 영산포를 배경으로 한 시와 홍어장수 문순득이 풍랑을 만나 필리핀 등 동남아를 떠돌다가 우이도에 돌아와 표류기를 쓰게 된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작가는 홍어의 삭힘을 인간의 거듭남과 연계해 재차 강조했다.

“삭힘은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썩는 것이 아닌 거듭남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모두들 어렵다고 하는 오늘의 시대, 그 삭힘의 미학을 한번쯤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시집 발간 출판기념회가 오는 4월 14일 오후 2시 나주 영산포 어울림센터에서 열린다. 전숙·박상희·이춘숙 시인의 홍어 시낭송과 ‘문순태 문학인생 60년’ 영상, 토크쇼 ‘시와 홍어의 만남’ 등이 예정돼 있다. 홍어축제가 열리는 5월 5일에는 영산포 축제장에서 작가가 참석해 시집 팬 사인회도 열린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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