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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주민 위하려다 … 261년 보호수 ‘허망한 죽음’

by 광주일보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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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월야면 지변마을 앞 느티나무 고사돼 제거하기로
군, 2000년 정자·도로 설치…관리 소홀 비판 면키 어려워

함평군 월야면 지변마을에 있는 수령 261년의 보호수가 윗동이 잘린 채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함평군 제공>

함평군의 관리 소홀로 260여 년간 한 자리에서 마을의 초입을 지키던 보호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마을 정자와 도로 설치 과정에서 보호수의 뿌리 건강이 나빠져 고사 직전이 된 것으로, 관리 주체인 함평군이 제때 조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함평군은 지난 16일 함평군 월야면 지변마을 초입에 있는 보호수 느티나무 1그루에 대해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전문가 검토 의견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군은 오는 26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이의가 없을 경우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고 수목을 제거할 계획이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 261년에 높이 18m로, 지난 1995년 6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보호수란 100여년 이상 된 수목으로 산림보호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해 지정 관리되고 있는 나무를 말한다. 보호수 지정과 해제는 국유지의 경우 지방청이, 개인 사유지·공유림의 경우 시·도·지자체에서 맡으며 나무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현재 해당 보호수는 높이 18m가 무색하리 만큼 윗동이 거의 잘렸고 남은 몸통 마저도 껍질이 벗겨지고 말라가는 등 한 눈에 봐도 고사되기 직전이다.

군은 지난 1월부터 공무원과 관리자, 전문가와 함께 현장 점검을 하고 나무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고 나무를 제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호수 괴사에는 지난 2000년 보호수 인근에 지어진 마을 정자와 도로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자는 당시 지변마을이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면서 포상금과 마을 자금으로 건립됐다.

전문가는 마을 정자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등이 나무 뿌리를 덮었고 이로 인해 뿌리가 호흡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관(줄기)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태풍 등 강풍이 불 경우 고사된 수관이 부러질 위험이 있어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함평군 관계자 역시 “정자와 도로 설치 등으로 인해 고목 뿌리가 숨쉬지 못하게 됐다”며 “수목이 보호수로서의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관리 주체인 함평군의 주기적인 점검이 형식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군은 지난 2010년 말라죽은 가지를 잘라내고 영양제를 주사했으며, 2018년 나무 상처를 치료하고 해충 방제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군 관계자는 “한순간에 상태가 나빠지는 나무의 특성상 한번에 괴사 상태를 알 수는 없다”며 “만약 관리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외과 수술 등 의학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것이며, 충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은 관련법상 보호수 인근이 도로 등 공용 용지로 사용될 경우 보호수를 이전할 수도 있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군은 이에 대해 “도로 설치 시 보호수 관련 부서와의 협조·공지 등이 따로 없어 미처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도로를 깔아놓고 이제와서 도로 때문에 보호수를 옮기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보호수는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관리 주체인 지자체의 관리 소홀 등으로 보호수를 해제할 경우 산림보호법 등에 따라 객관적 사실 관계 파악, 서류 검토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해당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보호수 지정 해제와 제거에 대한 설명을 진행, 동의를 얻었으며 제거 이후에는 같은 종인 느티나무를 대신 심을 방침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함평=한수영 기자 hs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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