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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조선의 책- 김진섭 지음

by 광주일보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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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재일기’, ‘미암일기’, ‘이재난고’, ‘금오신화’, ‘어우야담’, ‘지봉유설’….

위에 열거한 책들은 조선 당대 역사와 문화를 집약한 책들이다. 좀 더 세분해보면 일기, 이야기책, 백과사전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는 사대부가 문자, 그 가운데 한자를 독점했다. 그들은 한자로 된 글을 읽는 데서 나아가 이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전해오는 책은 당대의 생활상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담고 있다.

오늘날을 일컬어 콘텐츠 시대라고 한다. 세계를 매료시킨 우리 콘텐츠는 드라마와 영화, 노래 등 장르를 초월한다. 우리만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지닌 콘텐츠의 원 소스는 상당 부분 책에서 기인한다. 책은 모든 지식의 보고이자, 모든 정보의 집합체다.

언급한 대로 조선의 시대는 다양한 책들이 발간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책들이 편찬됐는데 종류도 다채롭다.

조선의 책을 두루 볼 수 있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마디로 책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춘천교육대 겸임교수를 역임한 김진섭 교수가 발간한 ‘조선의 책’은 일기문부터 이야기책 그리고 백과사전까지를 아우른다. 저자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비야 청산가자, 김법린’, ‘일제강점기 입학시험 풍경’,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등을 펴냈다.

조선시대에는 일기, 이야기책, 백과사전 등 당대 생활상과 문화를 담은 다양한 책이 출간됐다. 사진은 작가미상 책가도.

저자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모쪼록 가벼운 마음으로 조선의 책을 둘러보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며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요즘 우리 역사 속에서 인문 콘텐츠 탐구를 위한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먼저 ‘묵재일기’는 묵재 이문건(1494~1567)이 쓴 방대한 분량의 일기다. 일상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꼼꼼하게 수록한 덕분에 16세기 생활사를 이해하는 중요 자료다. 아내와의 관계까지 구체적으로 기록한 점이 이채롭다. 이문건은 기생과 어울리다 외박을 한 탓에 아내와 다투었던 일까지 기록을 했다.

“방에 들어와 아내를 보니 아내가 성을 내며 질투하기를 ‘멀지도 않은 곳에 있으면서 어째서 밤에 들어오지도 않고 기생을 끼고 남의 집에서 잤느냐? 이것이 늙은이가 할 짓이나? 왜 아내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따졌다. 그러면서 내놓고 자꾸 질책하기에 듣기 거북해 나도 부드럽게 대답하지 않았다.”

사대부의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는 ‘미암일기’는 미암 유희춘(1567~1577)이 죽기 전날까지 10년간 친필로 썼다. 공적인 사무뿐 아니라 개인적인 일 등 보고 들은 바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특히 ‘미암일기’에는 모범적인 부부관계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들 부부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비교적 금슬이 좋았다. 간혹 갈등이 발생하면 유희춘이 부인의 말을 수용했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조선의 대표적인 이야기책 ‘금오신화’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시도했다. 당대 천재로 알려진 김시습이 쓴 우리나라 최초 한문소설로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뷰벽정기’, ‘용궁부연록’, ‘남염부주지’ 5편이 수록돼 있다. 한국 소설의 발달사에서 소설이라는 양식이 확립된 것은 ‘금호신화’에 이르러서이다.

‘지봉유설’은 지봉 이수광(1563~1628)이 세 번에 걸쳐 중국 사진으로 다녀온 경험을 기술한 책이다.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두 3453항목을 다뤘으며 다양한 내용과 함께 비평과 고증을 곁들였다. 특히 책은 중국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천주교와 서구 문물을 소개해 조선인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었다.

아울러 책에는 지방 선비의 시대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이재난고’, 이야기의 확장을 시도한 ‘어우야담’, 18세기북학파와 19세기 개화사상을 이어주는 ‘오주연문장전산고’ 등도 있다.

<지성사·3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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