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성천기자

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by 광주일보 2023. 1. 11.
728x90
반응형

소설 백종익 “글 쓸 때나, 읽을 때나 즐기는 게 중요”
시 오후랑 “매일 저녁 단 한 줄이라도 쓰려고 노력”
동화 한유진 “아이들 말 귀기울이다 보면 ‘동심’ 만나”

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백종익 소설가.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문학 출판계 새해 핫 이슈는 바로 ‘신춘문예’다. 신춘문예를 시행하는 주요 일간지 신년호에 부문별 당선작이 발표되면 많은 문학청년(문청)들의 시선이 쏠린다. 그만큼 신춘문예 당선은 문청들에게는 가장 큰 소망이자 부러움이기도 하다.

기자는 최근 열린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 작가들과 인터뷰를 했다. 신춘문예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이들에게선 기쁨과 아울러 쉽지 않은 문학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일말의 두려움도 읽혔다.

백종익 소설가는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유선상으로 통보를 받았을 때 ‘꿈같은 일이 가끔은 현실로 이루어지는 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올해는 내 삶에 있어 상상이 현실이 되는 해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선 소식은 먼 곳에서 전해준 그리운 아버지의 울림이었다. 이제는 내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며 “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집사람 그리고 가족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후랑 시인은 “당선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한편으론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막상 이름 뒤에 ‘시인’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유진 동화작가는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이지 꿈만 같았다”며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들 작가들은 어떤 계기로 문학에 입문하게 됐을까. 저마다 인고의 습작 기간이 있었을 것 같다.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티켓’을 거머쥐기까지는 짧게는 2~3년, 어떤 이는 십 수년을 도전하기도 한다.

“단편소설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을 재밌게 읽고 나서 단편의 짧고 굵은 서사의 형식에 매료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3년 전부터 습작을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관찰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주제에 조금씩 살을 붙이고 수정했습니다.”(백종익)

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오후랑 시인.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문학은 늘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감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입문을 하고 말고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시톡’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그 책에서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조금 웃음이 나왔어요. 누구나 쓴다면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그 문구에 깊이 빠졌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을 믿었고 속는 셈치고 연습을 했습니다.”(오후랑)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에서 날마다 그림책 읽어 주기 숙제가 있었어요.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오히려 제가 그림책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러다 이런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내용을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동심’을 만나고 그 속에는 어른인 제가 깜짝 놀랄 정도의 숨은 뜻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향상이 되기까지는 슬럼프에 빠지거나 예상보다 습작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백종익 작가는 쓰는 것을 즐기자고 마음을 먹게 되면서부터는 글이 막히면 막히는 대로 건너뛰었다고 한다. 그는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완성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일단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며 “글의 기승전결을 매듭지으려는 각오로 버텼다”고 부연했다.

오후랑 시인은 처음엔 쓰는 시들이 전혀 새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매일매일 좌절하고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다 “다시 쓰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했다. 회사 퇴근길에는 시 낭송 파일을 들었고 매일 저녁 단 한 줄이라도 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한유진 동화작가.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한유진 동화작가는 습작 시절에 여러 선생님과 글벗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배우면서 제법 많은 글벗들도 생겼는데 그런 글벗들과 쓰고 합평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제 이야기 스타일도 조금씩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학활동 외에도 나름의 사회생활을 했다. 백종익 작가는 젊은 시절 건축기사로 일했다. “일산 신도시가 건설 중일 때 아파트 현장에서 건축시공 기사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그러다 몇 해 전 퇴직을 했다. 퇴직 후 취미로 그림을 그렸데 이런저런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 기자는 그의 소설이 그림을 펼쳐놓은 듯한 생생한 묘사력이 특징이었던 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오후랑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했다. “옷 가게도, 휴대폰 케이스 판매점도 하다가 지금은 다시 간호사로 일을 한다”는 그는 틈틈이 사진도 찍고 그리고 직장인 밴드에서 건반도 배우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유진 동화작가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동화누리’라는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림책을 읽거나 쓰기도 하고 도서관 행사나 동네 축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창작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이제 당선이라는 ‘자격증’을 쥐게 된 백종익, 오후랑, 한유진 작가. 이들 앞에는 길고 지난한 문학의 여정이 놓여 있다. 누군가 그랬듯이 신춘문예 당선은 말 그대로 당선일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창작활동을 열어가느냐에 따라 문학의 열매는 각기 다르게 맺힐 것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문화 향유의 기회·콘텐츠 교류 확대

‘전쟁 후에’ 북유럽 유통, 어린이 체험관 개편, ‘메타버스 어린이체험관’의 서비스 런칭… 오는 17일 설립 1주년을 맞는 ACC재단은 올해 문화콘텐츠의 보급을 매개로 문화 향유 기회 증진과

kwangju.co.kr

 

‘뛰는 토끼 위에 나는 토끼’

우주 비행사 토끼, 달을 따러 떠나는 토끼, 앞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는 토끼.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해다. 장생과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토끼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