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생활체육 불모지 광주 사회인 여성 농구 동아리 ‘재스퍼’ 창단
20대부터 50대까지 20여명 활동…가족 게임도 가능
“상대가 골 넣어도 기뻐” 승부보다 함께 뛰는 것에 의의
“‘광주에서 여자 농구 동호회를 어떻게 만들거냐?’, ‘오래가지 못할거다’ 등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죠.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광주에도 농구를 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죠. 팀이 생겨나자 농구에 대한 갈증을 느낀 여성들이 하나 둘 모였고 어느덧 스무명이 됐습니다.”
여성생활체육의 볼모지 광주에 여성회원들로 꾸려진 사회인 여성 농구 동아리가 화제다. 지난 3월 창단한 ‘재스퍼’가 그 주인공.
‘재스퍼’는 푸른 빛을 내는 보석으로, ‘농구를 통해 보다 빛나는 삶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매니저로 활동 중인 김혜주(34)씨의 ‘농구에 대한 열망’이 팀 결성의 계기로 이어졌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중고등학교 내내 체육부장을 도맡았고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체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농구선수를 꿈꿨지만 키가 작은 탓에 프로 농구선수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성우(37)씨는 동구 다목적체육관 동구 스포츠클럽에서 농구 강사로 활동했다. 김 감독이 담당하는 팀 성적이 좋고 잘 가르친다는 소문을 들은 매니저 김씨가 수강을 위해 김 감독을 찾으면서 인연이 됐다. 몇 차례의 수업 끝에 매니저 김 씨는 “함께 여성 농구팀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김 감독에게 제안했다.
매니저 김씨의 끈질긴 설득 끝에 김 감독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렇게 지난 3월, 두 사람은 광주서구체육회 도움을 받아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을 대관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 재스퍼 초창기 멤버는 매니저와 감독 둘뿐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넓은 체육관을 대관했지만 매니저와 둘이서만 운동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한편으로 ‘이게 맞나’ 의문도 들었고 선택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에는 광주여자대 체육관을, 매주 토요일에는 동구 다목적체육관을 대관해 꾸준히 농구를 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니저의 발품과 오픈채팅,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홍보가 빛을 발했다. 농구에 관심이 있다는 여성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6월에는 10명의 여성이 체육관에 모였다.
“처음으로 여성회원 10명이 모여 5:5 경기를 하던 날이었어요. 경기장에 5명씩 나눠 서 있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재스퍼의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가장 어린 회원은 22세다. 직장인이지만 농구에 대한 애정으로 주말에도 시간을 내 출석한다. 대학생부터 휴학생, 사회복지사, 장애인센터 직원, 공방을 운영하는 사장님부터 주부까지 직업군도 다채롭다.
여성 동호회지만 아내를 따라, 엄마를 따라 온 이들도 함께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아이들과 남편들도 재스퍼와 함께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게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스퍼 회원들은 ‘함께’ 경기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골을 넣어도 본인이 넣은 듯 기뻐하지요. 농구에 관심있고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든 재스퍼와 함께 ‘빛나는 삶’을 일굴 수 있습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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